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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교수 “박정희는 한국경제 발전의 유공자”

입력 | 2005-05-16 00:10:00


“박정희(朴正熙) 시대가 나쁘다고만 하면 오히려 (반발 때문에) ‘박정희 향수’와 같은 퇴행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비판할 때 박정희 시대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원로학자인 백낙청(白樂晴·67·영문학·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백 교수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 재직 중이던 1974년 유신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민주회복 국민선언’에 서명했다가 교수직에서 파면되는 등 박 정권과 유신체제에 저항했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백 교수는 자신이 편집인을 맡고 있는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이번 주 발간 예정)에 이런 주장을 담은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글을 발표한다.

그는 이 글에서 “박 전 대통령 식의 경제 개발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경제성장의 유공자”라고 말했다.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한 다른 나라 독재자가 많다는 점과 한국처럼 극적인 성장을 이룩한 일은 더욱이나 드물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을 경제성장의 유공자라면 유공자로 볼 수 있다”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백 교수는 이어 “박정희 시대의 (수출 중심의) 개방형 경제 성장론은 당시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급진적 분파들의 내포적인 (내수 중심의) 경제 성장론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민주화 진영이 (그간) 박정희 개인이나 그 시대 경제 분야에 대해 소홀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한국 경제가 박정희 시대에 이룩한 괄목할 만한 성과에 대해, 그리고 전제적이며 포악했지만 유능하고 그 나름으로 헌신적이었던 ‘주식회사 한국’의 최고경영자(CEO) 박정희에 대해 충분히 인정을 안 해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백 교수는 “군사문화와 대대적 환경파괴에 근거한 박정희 시대의 발전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며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국민들로부터는 (민주화 등) 다른 욕구가 나온다는 점에서 아이로니컬하게도 경제적 성공이 그의 권력을 도리어 잠식했다”고 그 한계점을 지적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