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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석유시대 언제까지…

입력 | 2005-04-22 17:02:00


기름진 밭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기름밭, 유전(油田) 개발을 추진했던 철도공사에 대한 의혹이 무성하다. 로비 자금이다 아니다,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니다. 결국 특검이 구성되어야 유전을 찾아내듯 이 의혹을 말끔히 풀 수 있을까.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데 익숙하다 보니 석유가 지각에 파묻힌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세월에 걸쳐 화석화해 만들어진 화석연료라는 걸 깜박 잊기 쉽다. 장순근의 ‘망치를 든 지질학자’(가람기획)에서 화석과 지질학에 관한 흥미로운 기초지식을 얻을 수 있다. 전공이 석유 탐사인 과학자가 농민을 위해 수맥 탐사에 나서 큰 성공을 거둔 일화가 인상적이다. 석유지질 전문가 손진담 박사에 관한 이야기다.

전 지구적 석유 수급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이필렬의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녹색평론사)에 따르면 2008년을 기점으로 석유생산량은 줄어든다. 석유의 종말이 필연이라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 소비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대규모 에너지 생산과 소비 구조를 분산적,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한국의 에너지 현실에 바탕을 둔 분석과 전망이 뼈대를 이룬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석유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책으로는 귄터 바루디오의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뿌리와 이파리)가 있다. 700쪽이 넘지만 각 장의 내용이 독립적이어서 석유 관련 정보 파일로 활용해도 좋다. 물론 단순한 정보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에게 복지를 가져다주는 것은 석유 자체라기보다 석유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며, 석유 고갈 위기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석유를 대량 소비해 오염과 파괴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문제는 석유에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탐욕에 있는가. 김선우 시인의 ‘피어라, 석유!’에서 몇 구절을 떠올려 본다. ‘검고 끈적한 이 핏방울/이 몸으로 인해 더러운 전쟁이 그치지 않아요/탐욕이 탐욕을 불러요/탐욕하는 자의 눈앞에/무용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표정훈·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