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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난날의 위장전입, 헷갈리는 판단잣대

입력 | 2005-04-17 21:02:00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위장 전입 등 석연찮은 부동산 거래 때문에 낙마했는데, 이번에는 또 홍석현 주미대사가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위장전입을 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여러 법규 가운데 하나로 농민 아닌 사람의 농지 소유를 금하는 상황에서 이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이 위장전입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사안에 대해 “(주미대사 인선의) 검증과정에서 내용을 파악했지만 투기목적이 아니고 대사 업무를 수행하는데 결격요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 홍 대사를 경질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 전 부총리나 최 전 위원장의 경우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를 경질한 것은 위장전입에 의한 부동산 거래가 우리 사회의 지탄을 받는 투기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 대사에게는 이와 다른 잣대를 보여주니 청와대의 판단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업무를 수행하는데 결격요인이 아니라는 해명도 그렇다. 최 전 위원장의 위장전입은 업무에 영향을 주고 홍 대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근거가 명확치 않다. 홍 대사는 전체 재산의 1%도 안 되는 부분이라고 해명했지만 우리는 홍 대사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적용 잣대의 일관성이다.

청와대는 앞서 물러난 고위 공직자들과 홍 대사의 처리에서 어떤 다른 기준을 적용했는지 솔직하게 밝힐 책임이 있다. 홍 대사에게 면죄부를 준 청와대의 조치는 형평성의 의문을 던지게 하며, 사람에 따라 요구하는 도덕성의 높낮이가 달라진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