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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선거 D-12]“票心은 움직이는거야”

입력 | 2005-04-17 18:50:00

인주 안 찍는 새 기표용구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4·30 재·보궐선거에서 쓰일 만년기표용구를 시연해 보고 있다. 이 기표용구는 인주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안철민 기자


《4·30 재·보선을 12일 앞두고 선거 실시 지역에서는 벌써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야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경기 성남 중원, 충남 공주-연기, 경남 김해갑 등 3지역의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경기 성남 중원▼

“믿어달라고 해서 (여당) 찍었더니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야. 판교 신도시도 우리와는 상관없고….”(고춘근·46·노래방 경영)

“그래도 힘 있는 사람을 밀어줘야지….”(이근술·50·사업)

18일 오전 남한산성 초입에서 만난 이들에게 재·보선 전망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경기 성남 중원은 호남 출신 유권자가 46% 안팎에 달한다. 여기에다 유권자의 상당수가 자신을 ‘중산층 이하’라고 답하는 등 수도권에서는 구 민주당 정서가 가장 강한 지역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당된 후 전통적인 투표 행태에 변화의 조짐이 느껴지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도 같은 성남인데 분당 사람들처럼 잘사는 게 중요하다. 누가 더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는지 보겠다’는 것.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 재선(15, 16대)했던 열린우리당 조성준(趙成俊) 후보의 낙승을 점쳤던 지역 판세는 조 후보와 한나라당 신상진(申相珍), 민주노동당 정형주(丁炯周) 후보 간의 팽팽한 3파전으로 옮겨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조 후보 측은 ‘힘 있는 여당=지역개발’이라는 등식을 내세우며 조심스럽게 승리를 점치고 있다. 조 후보 측의 관계자는 “특히 조 후보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공보특보를 지낸 만큼 여전히 구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신 후보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역 주민들이 재개발 관련 민원과 탄원을 해왔지만 어느 누구도 힘 있게 추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 후보 측은 지난 총선에서 20% 안팎의 득표력을 보인 민노당 정 후보와 민주당 김강자(金康子) 후보가 열린우리당 성향의 표를 분산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민노당의 정 후보는 “더 이상 기성 정치권에 이 지역을 맡겨봤자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의 김 후보는 이 지역 일대에 집창촌이 있는 만큼 과거 경찰 재직 시 ‘사창가와의 전쟁’을 치렀던 경력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무소속 김태식(金台植) 후보는 인물론으로 맞서고 있다.

성남=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충남 공주-연기▼

장날인 17일 충남 공주시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산성시장, 군데군데에서 열린우리당 이병령(李炳령), 무소속 정진석(鄭鎭碩) 후보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왕이면 행정도시를 시작한 쪽이 계속하도록 도와줘야죠.”(고동혁·39·상인)

“충청도만 제 목소리가 없잖아요. 정진석 씨한테 기대가 많아요.”(황춘자·50·주부)

총 6명이 후보 등록을 한 공주-연기 국회의원 재선거는 이 후보와 ‘당선 후 중부권 통합신당행’을 표방하는 정 후보의 양자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당은 이곳이 행정도시 최대 수혜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현재는 근소한 차이지만 열린우리당 정당 지지도가 다른 당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아 시간이 흐를수록 여당으로의 표 쏠림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 후보 측은 “공주 출신인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가 중부권 신당의 거점을 만들 수 있도록 나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변수는 연기 쪽의 표심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공주시는 일부만 행정도시에 편입되는 반면 연기군은 대부분의 지역이 편입돼 최근 토지 수용 보상과 관련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는 등 표심이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주요 후보가 모두 공주 출신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오시덕(吳施德) 후보와 자민련으로 출마했던 정 후보가 공주에서는 거의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오 후보는 유권자 수가 공주의 70% 수준인 연기에서 ‘행정수도 기대론’을 업고 몰표를 얻었다.

연기군 행정도시 비상대책위 김성구(金成九) 팀장은 “다른 높은 수준의 보상을 이끌어 줄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골수 지지층’을 기대하는 자민련 조관식(曺寬植), 현 정권의 ‘개혁 드라이브’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중장년층을 노리는 한나라당 박상일(朴商日), 연기군 부안 임씨 종친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무소속 임덕수(林德洙) 후보 등이 얼마나 선전할지도 주목 대상이다.

공주=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경남 김해 갑▼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김해시 진영읍)이 속한 선거구(김해을)는 아니지만 넓게 보면 영향권에 있는 지역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강세였던 경남에서 김해갑, 을 두 곳만은 건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김해가 갖는 상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이기면 정국 반전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여야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하지만 지역의 선거 분위기는 아직은 미지근하다. 16일 김해시 어방동에서 만난 주민 이모(37) 씨는 기자에게 “선거가 언제 있느냐”고 되물었다. 물론 지역 정치권 인사들 간에는 이미 선거 열기가 뜨겁다. 지난 총선 때와 달리 현재로선 한나라당 김정권(金正權) 후보가 열린우리당 이정욱(李廷旭) 후보에 앞서고 있다는 게 지역의 ‘초반 진단’이다. 3차례 경남 도의원을 지낸 김 후보가 지난해 총선 패배 후 줄곧 표밭을 다져온 반면 지난달 중앙당 공천을 받은 이 후보는 지역민들에게 비교적 생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결국은 ‘당 대 당’ 대결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팽팽한 상태. 그런 만큼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대통령’과 ‘경제’를 내세워 표심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해양수산개발원장을 지낸 자신의 ‘경제통’ 경력이 무기라는 설명이다. 이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김해에 내려온 열린우리당 김혁규(金爀珪) 상임중앙위원은 16일 “현재 여론 조사로는 이 후보가 김 후보에 비해 20%포인트 정도 뒤지지만 대통령의 고향에서 여당이 진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김 후보는 ‘준비된 국회의원’론을 펴고 있다. 줄곧 김해를 지켜왔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김해에서 내리 3선을 한 김영일(金榮馹) 전 의원의 조직도 큰 힘이다.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무소속 권지관(權支官) 후보는 “중도 사퇴는 없다”며 맹렬히 뛰고 있다.

김해=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