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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본이 욕심 버리고 먼저 할 일

입력 | 2005-04-10 21:10:00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수를 늘리는 유엔 개혁안의 ‘9월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일본의 숙원인 안보리 연내 진출은 사실상 무산됐다. 우리는 이런 전말을 보기 전에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을 못 갖췄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국격(國格)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은 자성해 보기 바란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은 갖춰야 한다. 상당한 국력이 있어야 하고, 주변 국가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야 하며, 국제사회에 공헌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고 개발도상국가와 유엔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 두 가지 조건은 갖췄다. 그러나 이웃 나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 ‘역사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독일의 과거사청산 노력에서 배워야 한다. 이미 1970년에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전쟁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참회했다. 그 후 독일지도자들이 ‘망언’을 했다는 기록도 없다.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 대사는 “독일의 사죄나 보상과정은 시간도 많이 걸렸고, 단계적으로 이뤄졌으며, 단계마다 독일인 모두에게 과거를 직시하도록 하는 등 큰 고통이 따랐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국의 과거사청산이 독일의 어느 단계쯤 와 있는지 겸허히 짚어 봐야 한다.

독일은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관련해서도 이웃 나라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상임이사국이 될 경우 유럽연합(EU)의 작은 회원국들과 협의한 뒤 발언권을 행사하고, 독일대표단에 EU집행위 대표와 EU대통령을 포함시키겠다는 등의 약속이 그것이다. 이러니까 한때 적국이었던 프랑스와 영국이 지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역사를 왜곡해 과거 침략을 정당화하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 강변 등 팽창주의 야욕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일본이 먼저 해야 할 행동은 진솔한 반성과 깨끗한 과거청산이며, 이웃나라의 주권을 존중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