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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포위츠-맥나마라, 경력-이념 ‘닮은꼴’

입력 | 2005-03-23 18:34:00


최근 세계은행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된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을 둘러싸고 ‘제2의 맥나마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로버트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은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을 진두지휘한 뒤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인물. 이라크전을 주도한 울포위츠 부장관과 경력 면에서 매우 비슷하다.

뉴욕타임스는 맥나마라 전 장관의 전례에 비춰볼 때 울포위츠 부장관의 총재 선임이 세계은행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22일 보도했다.

베트남전 책임자였던 맥나마라 전 장관은 총재 재임 당시 친미 국가에 대한 선별적 자금지원과 무분별한 예산집행으로 세계은행의 재정능력과 신뢰도를 크게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울포위츠 부장관도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미국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를 빈국 지원 문제에 연계시킬 위험성이 높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더구나 울포위츠 부장관은 포드자동차 사장을 역임했던 맥나마라 전 장관보다 경제를 다뤄 본 경력이 더 부족해 정치 이데올로기에 편향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22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울포위츠부장관은 ‘세계은행’을 ‘미국은행’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도 최근 사설에서 ‘울프(Wolf·늑대)’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울포위츠 부장관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을 ‘문 앞의 늑대(Wolf at the Door)’라고 표현할 정도로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울포위츠 부장관의 세계은행 총재 선임에 별다른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