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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경제팀 전망] 대표적 개방론자 ‘글로벌 경쟁‘ 강조

입력 | 2005-03-14 18:10:00


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개방과 경쟁‘을 강조하는 대표적 개방주의자로 통한다.

‘선진개방국가 건설’이라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장기 비전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적임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한 신임 부총리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헌재 전 부총리의 정책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자 경제전문가들은 정책 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라면서 환영했다.

그러나 재정 금융 정책 경험이 부족한 한 신임 부총리가 달러당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고(高)유가 등 대외변수가 불안한 상황에서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얼마나 잘 풀어나갈지는 미지수다.

▽개방 중시하는 통상전문가=한 부총리는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지만 1982년 상공부(현 산업자원부)로 자리를 옮긴 뒤 통상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상공부 과장 시절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때문인지 적극적인 시장 개방론자라는 평가가 많다.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낼 때 한미투자협정(BIT)을 주도했다. 당시 재정경제부가 투기세력의 국내 외환시장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세이프가드(외환위기 때 일시적으로 외국환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를 BIT의 예외조항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자 한 부총리는 ‘BIT에 예외는 없다’고 맞서 마찰을 빚었다.

이때 스크린쿼터 폐지를 주장해 영화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 부총리와 함께 일해 온 공무원들은 그가 사적인 네트워크보다는 업무능력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하던 1998년 4월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과장이나 국장이 아닌 사무관을 불러 BIT에 대해 몇 시간 동안 브리핑을 받은 적도 있다.

국무조정실 고위 관계자는 “웬만한 것은 부하 직원에게 위임하고 역점을 둬야 할 분야를 집중적으로 챙기는 스타일”이라며 “친소(親疎)관계를 업무에 연관짓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활성화 정책 기조는 유지될 듯=한 부총리는 14일 오후 총리실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경제정책 기조 유지를 유난히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정 조기집행 및 종합투자계획을 통한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생계형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과 자영업자 대책, 중소기업 및 벤처 활성화 대책 등 경기양극화 해소 정책 △조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세제개혁 등이 계속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가 적극적 개방론자라는 점에서 법률 의료 교육 등 담당 부처의 소극적 태도와 이해집단의 반발로 지지부진했던 서비스업 개방이 효율적으로 추진될지도 관심사다.

▽금융과 세제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한 부총리의 가장 큰 약점은 재경부의 핵심 업무인 거시경제 운용과 금융, 세제에 대해 실무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신용불량자 문제, 증권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구조조정, 카드업계 정상화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금융 분야 과제들이 많다.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중장기 세제개혁도 재경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분.

이 때문에 금융과 세제 분야는 담당 간부와 실무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신임 부총리는 거시 경험 부족 우려에 대해 “거시 분야는 꾸준히 공부해 왔고 정책에 대한 폴로업도 돼 있다”며 “앞으로 실적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