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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생산성 낙제점

입력 | 2005-03-07 11:34:00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선진 7개국(G7) 국가의 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산업과 전통 산업 분야의 시장 점유율이 단기 급락한데다 첨단 산업에서도 일부 대기업만 독주한 탓에 전체 생산성이 부진했던 것.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한국의 산업경쟁력 종합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기준 한국의 근로자 1명이 연간 생산하는 부가가치(노동생산성)는 2260만 원으로 G7 국가 평균 노동생산성(5667만 원)의 39.9% 수준에 그쳤다.

국가별 노동생산성은 △미국 6490만 원 △캐나다 4480만 원 △독일 5650만 원 △프랑스 5940만 원 △영국 4470만 원 △이탈리아 4810만 원 △일본 7830만 원 등이었다.

▽산업의 허리가 약하다=KDI는 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기계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계업은 전기기계와 정밀기계, 수송기계 등을 만드는 업종.

한국의 기계업 노동생산성은 2540만 원으로 일본(7380만 원)과 프랑스(6350만 원), 캐나다(5870만 원) 등보다 크게 낮다.

KDI 김종일(金鍾一) 초빙연구위원은 "기계업은 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미디엄테크' 산업이란 점에서 중요한데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소외돼 왔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통산업인 섬유시장을 너무 빨리 포기해 전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0년 한국의 섬유업 노동생산성은 1260만 원으로 G7 국가 평균 노동생산성(3749만 원)의 33.6% 수준에 불과했다.

▽첨단 산업 경쟁력도 낮은 편=대표적 첨단 산업인 전기전자업의 생산성도 기대 이하였다.

한국 전기전자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7240만 원으로 독일(6890만 원)과 이탈리아(5050만 원)보다는 높다. 그러나 일본(1억5130만 원)과 프랑스(1억1350만 원), 캐나다(9730만 원) 영국(8180만 원)에 비해선 많이 낮다.

KDI 정진하(丁鎭夏) 초빙연구위원은 "한국의 전자부품, 소재, 제조장비 분야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일부 기업이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을 많이 수출해 세계적 인지도를 높였지만 전자전기업 관련 기초 분야의 경쟁력은 많이 떨어진다는 것.

자동차업종의 경쟁력도 낮은 편. 한국 자동차업의 노동생산성은 3860만 원으로 일본(1억580만 원)의 36.5%였다.

▽노동의 질 높여야=KDI는 한국 산업이 생산성을 높이려면 △노동의 질 향상 △고용 증가 △자본축적 △신기술 확산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1990년대 국민총생산(GDP)가 많이 늘어난 OECD 국가는 대체로 정보통신기술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포괄적 성장전략을 채택했다"며 "한국도 노동시장을 개혁해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른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김태현(金太炫) 정책기획실장은 "대기업이 수익 가운데 일부를 재투자하고 중소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해야 전체 노동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별 산업구조가 틀린데다 G7 국가와 한국의 GDP 규모가 다른 만큼 노동생산성 수치만 놓고 일률적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