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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출신 아장열씨 박사 논문 획일성 비판

입력 | 2005-02-22 19:02:00


“한국의 무형문화재 제도는 정책 책임자들의 행정 편의주의와 보신주의가 망쳐놨어요. 더 늦기 전에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문화관광부 전통예술과장과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장 등 무형문화재 정책 부서에서 6년여 동안 근무하다 2003년에 명예퇴직한 이장열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사무국장(60·사진)이 무형문화재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 논문으로 25일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이 국장의 문화재학 협동과정 박사논문 ‘한국 무형문화재 정책 연구’는 국내 민속학의 정규과정을 거친 첫 박사논문이다.

현행 무형문화재 제도는 대목장 목조각장 단청 등 기능 분야와, 판소리 민요 무용 등 예능 분야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기능 예능 보유자를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 국장은 이 논문에서 무형문화재 정책의 문제점으로 원형 고수주의, 중점 보호주의, 행정 편의주의, 그리고 예능 기능 보유자들의 문화권력화를 꼽았다. 원형 고수주의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예능과 기능이 변형되지 않게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며, 중점 보호주의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 중심으로 보호정책을 펴는 것을 말한다.

“우리 판소리의 전통은 스승의 소리를 제자가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사진소리’라고 해서 금기시했어요. 그만큼 개성과 독창성을 중시한 겁니다. 그런데 현대의 무형문화재 정책은 스승을 100% 모방하는 것을 최고로 여깁니다. 또 오직 지정된 종목에 한해 보호가 이뤄지다 보니 전통문화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지요.”

또한 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 지정을 둘러싸고 각종 분쟁과 소송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책당국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와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그는 논문에서 인간문화재와 정책 책임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과정의 난맥상과 무형문화재 정책의 무원칙성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그는 개선안으로 △종목과 보유자 선정의 개방화 △전수 교육의 학교 교육화 △문화재 전문위원의 풀(pool)제 도입 △자생력을 갖춘 종목의 지정 해제 및 차별 지원 등을 제시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