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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왜 해야돼요?”답변 고민하던 세아버지 책내

입력 | 2005-02-17 19:14:00

‘공부법’이 아닌 ‘공부하는 까닭’에 대한 책을 펴낸 이승진, 이재인, 곽기우 씨(왼쪽부터). 이들은 “부모가 시키는 공부에 짓눌려 지내는 요즘 아이들에게 ‘공부를 정말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지겨운 공부 왜 하는 거야?”

등 떠밀려 책상에 앉은 아이가 투정을 부릴 때,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는 구닥다리 대답밖에 할 수 없는 부모를 위해 3명의 아빠가 모였다. 최근 ‘친구야, 공부 왜 하니?’(큰나)라는 책을 펴낸 곽기우(48·의사), 이승진(50·원광대 교수), 이재인 씨(41·회사원).

“요즘 다들 ‘재미있는 공부’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요. 학원에 보내도 뭘 배워온다기보다는 그냥 재미있게 놀기만 하다가 오는 것 같더라고요. 놀이도 공부라지만 늘 그러다보니 뭐든 조금만 재미없다 싶으면 아예 해보려 들지도 않아요.”

이승진 씨의 걱정에 다른 두 사람도 연방 고개를 끄덕인다. 다섯 살 철부지부터 고교3학년 수험생까지 아이들 나이는 달라도 공부시키기에 대한 고민은 비슷한 듯. 세 아빠는 “공부법 얘기는 많은데 공부하는 이유를 알려줄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도 ‘아이들 공부 가르치기 베테랑’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열의가 철철 넘친다. 세 아빠는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자연스럽게 눈을 떴던 각자의 성장기 경험을 얘기했다. 이들로부터 “훌륭한 사람∼” 운운하는 판박이 조언은 없었다.

이승진 씨는 “어릴 때 누나와 형을 따라 책을 많이 읽다보니 글이 좋아졌고, 좋아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 노력하다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몸이 크려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머리도 공부라는 밥을 먹어야 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씨는 “공부는 어른이 돼서 열어볼 돼지저금통”이라고 말한다.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 쓸 지식을 미리 저축해 놓으라는 뜻. 그는 “공부할 수 있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말은 대체로 그 시기가 지난 다음에야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의 공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다. 신나게 놀면서 즐겁게 배워야 할 시기. 세 아빠는 “아이가 스스로 책상 앞에 앉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라”는 당부로 이야기를 맺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