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당뇨병 이길 수 있다]준(準)당뇨, 늘 혈당체크를

입력 | 2005-02-13 17:15:00

당뇨병 환자는 자가 혈당 체크를 생활화해야 하지만 병원에서의 정기 검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 남자가 혈당측정기로 혈당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로슈진단


《회사원 Y씨(38)는 지난해 말 건강검진결과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공복혈당 수치가 110mg/dL로 정상범위(100mg/dL 이하)를 약간 넘은 것. “검사가 잘못됐을 것”이라며 가볍게 넘기려던 Y씨는 부인의 권유로 병원에서 다시 당뇨병 검사를 받았다.

당뇨병 검사를 받으려면 전날 밤부터 8시간 이상 금식해야 한다.물도 마시면 안 된다. 먼저 오전에 공복 혈장혈당을 측정한다. 그런 다음 포도당 75g을 물 300mL에 섞어 마시고 2시간 동안 30분 간격으로 계속 혈장혈당을 측정한다.

Y씨는 배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심하게 뚱뚱한 편은 아니다. 틈날 때마다 운동도 조금씩 했기 때문에 건강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준 당뇨’. 의사는 더 적극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을 권했다.》

○ 준 당뇨, ‘아직은 안전’이 아닌 ‘이미 위험’

공복혈당 100∼126mg/dL 또는 식후 2시간 혈당 140∼200mg/dL로 정상범위보다는 높고 당뇨병 진단 기준보다는 낮은 상태를 준 당뇨라고 한다.

2003년 강북삼성병원 검진센터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남성의 30%, 여성의 20%가량이 준 당뇨이다. 준 당뇨의 약 3분의 1은 10년 안에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준 당뇨인 사람은 당뇨병뿐 아니라 심장병, 뇌중풍(뇌졸중) 등 다른 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한번 기준치를 초과해 당뇨병 환자가 되면 평생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Y씨처럼 준 당뇨 판정을 받았다면 ‘그래도 아직 당뇨는 아니다’라고 안심하기보다는 ‘이미 당뇨나 다름없다’라고 걱정하는 편이 옳다. 준 당뇨의 다른 표현은 ‘당뇨병 전 단계’다.

○ 노력하면 돌이킬 수 있다

그러나 준 당뇨의 혈당은 운동과 식사조절을 통해 정상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뱃살을 빼고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 하루 섭취 열량을 1500Cal 정도로 제한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매일 30분 정도 땀 흘려 빠르게 걷기가 권장된다.

미국의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DPP)’이 최근 3년간 준 당뇨인 사람 32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치료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자가 혈당측정, 병원 검사와 병행해야

혈당은 예고 없이 올라간다. 준 당뇨를 겪은 사람은 위험수준을 벗어난 후에도 혈당 체크를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10만 원 안팎의 자가 혈당측정기가 많이 나와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자가 측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병원에서의 혈당검사는 혈액의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가라앉힌 노란 혈장으로 한다.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서 나온 붉은 피를 바로 쓰는 자가 측정값은 병원에서의 혈장혈당 검사 수치보다 10∼15% 정도 낮다.

공복혈당 140mg/dL인 당뇨병 진단 기준이 자가 측정에서는 120mg/dL 정도가 되는 것. 자가 측정은 어디까지나 당뇨병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다. 준 당뇨였던 사람은 자가 측정에 이상이 없더라도 매년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문규 교수, 한양대병원 내분비내과 안유헌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