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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公의 비효율’ 보여 주는 지방공기업

입력 | 2005-01-12 18:05:00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부문이 공동 설립한 반관반민(半官半民)형 지방공기업의 경영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경쟁적으로 설립된 지방공기업 38개 가운데 29개가 만성 적자이거나 자본금이 잠식된 상태라고 한다. 지방재정 확충을 명분으로 설립된 공기업들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축내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들 기업 임직원들이 보여 준 도덕적 해이는 개탄스럽다. 접대비를 세법상 손금 인정액의 10.4배까지 쓴 법인이 있는가 하면, 1998년 이후 지방공사나 지방공단에서는 폐지된 퇴직금누진제를 계속 운영해 온 곳도 있다는 것이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지자체 업무를 부당하게 위탁하거나 수의계약을 줘 이들 기업을 연명시키는 데 급급했던 단체장들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관료주의의 속성상 공기업은 경영효율성이 떨어지고 의사결정이 느리기 마련이다. 민간기업이 활동하는 분야에 뛰어든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뻔하다. 그런데도 충분한 검증 없이 너도나도 기업을 만들다 보니 27개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직접 경쟁을 해 왔다고 한다. 더구나 역대 지방공기업 대표 98명 가운데 24명이 회사를 경영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공무원 출신이었다니 부실해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노릇이다.

지자체가 할 일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 투자가 유치되고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면 지방재정은 저절로 확충된다. 공공부문이 민간 고유의 영역을 넘보면 그 자체가 실패로 끝날 뿐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은 위축되기 십상이다. 대대적인 반관반민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도 하루빨리 이를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