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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선 ‘건빵 도시락’… 졸속행정-감독소홀로 동심 멍들어

입력 | 2005-01-12 18:03:00

군산 ‘부실 도시락’전북 군산의 아동복지시설이 12일 공개한 결식 아동용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메추리알 4개와 빵 등이 들어 있다. 군산=연합


제주 서귀포시에 이어 전북 군산시에서도 부실한 도시락이 결식 어린이들에게 지급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부실 도시락’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군산의 한 아동복지시설은 메추리알 4개와 단무지 채, 김치참치 볶음, 건빵 몇 조각이 반찬의 전부인 결식아동용 도시락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이 도시락은 지난해 12월 24일 지급된 것으로 군산시는 항의를 받고 반찬을 일부 바꾸었다. 그러나 이달 11일 지급된 도시락 역시 쥐치포 조림과 두부 한 조각, 오징어젓, 양배추 채가 반찬의 전부였다.

또 식사 시간보다 너무 빠르거나 늦게 전달돼 식은 밥을 먹는 경우도 많다고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전했다. 도시락 제조업체는 “복지시설이 공개한 문제의 점심에서 건빵은 별식이었다”며 “1인당 지급되는 2500원 가운데 자원봉사자의 배달차량 운행비 등 운영비 500원을 제외한 2000원 짜리 음식을 만들다 보니 반찬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왜 진작 못 바꾸고…” 서귀포 도시락 개선 ‘부실 도시락’ 파문과 관련해 제주 서귀포시는 13일부터 결식아동 가정에 직접 도시락을 배달하고 메뉴도 향상키겠다고 12일 밝혔다. 오른쪽은 시민단체가 11일 공개했던 ‘부실 도시락’, 아래는 12일 서귀포시가 공개한 바뀐 도시락이다. 바뀐 도시락 메뉴에는 소불고기, 칠리탕수육 등이 있다. 서귀포=뉴시스

▽중식지원 문제점▽

이처럼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이 부실한 이유는 각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결식아동 지원대책을 졸속 추진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결식아동에 대한 중식지원 확대 방침에 따라 이번 겨울방학부터 결식아동에 대한 중식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들에 지침을 보내 급식소 급식, 식당 급식, 도시락 배달 등으로 급식 지원방법을 정했으며 현금 지원은 금지시켰다.

그런데 상당수 결식아동들은 급식소나 식당에 매일 찾아 가는 것을 껄끄러워 하고 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

결국 도시락 지급이 가장 많이 채택되는 방식이지만 문제는 배달 인력이나 비용, 시간 등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제주시의 경우 120명의 자원봉사자가 2400여 명의 결식학생에게 도시락을 배달하지만 자원봉사자 한 명이 4∼6시간을 할애해 20명의 가정을 돌아다녀야 한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매일 결식아동 가정을 방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제주한라대 사회복지학과 박차상(朴且尙) 교수는 “획일적인 도시락 지급이 아니라 지역 및 결식아동 실정에 맞게 사흘 단위 부식 지급, 현금 지급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