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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장중]‘수능不正’ 어른들 책임 크다

입력 | 2004-11-21 18:36:00

김장중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조직적인 집단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옆 사람 답안지를 슬쩍 훔쳐보는 수준이 아니라 90여명이 사전 예행연습까지 하며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철부지들의 장난으로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집단적 일탈행위다.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시험감독 강화와 적발시 엄벌에 처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자식을 잘못 키운 우리 학부모들의 책임이 우선이라고 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라고 하기보다 1점이라도 더 올려 좋은 대학에 가라고 윽박지르고 옥죄지 않았던가. 성적지상주의와 학벌주의가 낳은 무서운 결과이며,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의 업보다.

중학교 입시 마지막 세대인 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많은 시험을 치르며 자랐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멀리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고 학교에 불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못된’ 생각도 했다. 시험지를 미리 빼내거나 정답을 몰래 주고받을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법이 없을까 하는 엉뚱한 공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실행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런 ‘시험’에 들었던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게 시험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한 뒤 그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력한 것보다는 더 많이 얻어서는 안 되는 게 세상살이의 법칙이 돼야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점수를 높여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들, 부끄러운 ‘주홍글씨’가 영원히 자기혐오의 무거운 납덩이로 남는 것은 어이할까. 시험점수는 부정한 방법으로 올릴 수 있어도 인생은 결코 커닝으로 살아갈 수 없다.

딸아 그리고 아들아. 비록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떳떳한 패자가 되어라.

김장중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