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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48기 국수전…허무한 실수

입력 | 2004-10-07 17:35:00


한국과 중국의 최강 신예끼리 맞붙은 제9회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이세돌 9단이 왕레이 8단을 누르고 4강에 올랐다. 그러나 박영훈 9단, 최철한 8단, 송태곤 7단은 모두 탈락했다. 4강전은 다음달 16∼29일 열린다.

백 74에서 흑 77까지는 필연적인 수순. 흑 77로는 서둘러 백을 공격하고 싶으나 이곳을 끊기면 흑 전체가 엷어진다. 흑 77은 공격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수.

백 78로 늘 때 흑의 공격이 쉽지 않다.

뚜렷한 공격 수단이 보이지 않을 때는 무난한 수가 자주 나온다.

원성진 5단도 상식적으로 흑 79를 택했다. 보통 흑 79처럼 느는 것이 단단하고 힘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국에서 흑 79는 고정 관념에 빠진 큰 실수였다.

백 80을 본 원 5단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백 80은 82의 곳과 ‘가’로 장문치는 수를 동시에 노리는 맥점.

백 86까지 대마를 공격하던 흑 석 점이 고스란히 백의 포로가 됐다. 악착같이 백을 추격했던 일이 허사가 된 것이다.

원 5단 같은 정상급 기사가 왜 백 80을 못 보았을까. 아마추어도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볼 수 있는 수를 보지 못한 이유를 그도 설명할 길이 없을 듯하다. 백을 몰아붙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수읽기의 계산 회로가 잠시 굳어졌을 것이다.

흑 79로는 참고1도 흑 1로 미는 것이 최선이다. 모양이 복잡하나 흑 13까지 가면 우변 백이 빈사 상태에 빠진다. 백으로선 참고1도 흑 1 때 참고2도처럼 두는 게 최선. 이어 흑 ‘A’로 공격하는 수가 있어 계속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허망한 실수를 저지른 원 5단은 좀처럼 착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