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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윤의 그리스 오대세이]‘캔디의 고향’크레타섬

입력 | 2004-08-16 20:31:00


그리스는 매우 건조한 땅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질이 좋은 포도와 올리브가 자란다. 비가 자주 내리지 않은 탓에 뿌리가 깊고 질긴 나무만이 살아남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물이 흔치 않은 땅에서 자라기에 오히려 순수한 물을 선사하는 이들 나무를 보면 그리스인들은 죽고 못산다. 생명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열매가 건강과 장수에 효험이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훨씬 전부터 약으로 먹었다. 소화불량이나 감기에 걸리면 올리브 기름을 듬뿍 친 음식을 먹곤 했으니까. 그러면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감기나 소화불량이 자연스레 치유됐던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지중해 식단’에도 와인과 올

리브기름은 빠지지 않는다. 아니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그리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 올리브 나무지만 그 가운데서도 에게해 남쪽에 길게 누워 있는 섬 크레타의 것이 특히 유명하다. 최고의 올리브 기름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건 물론 산이 많고 땅이 척박해서인데, 햇살이 따가운 이곳에선 꽃도 달아서인지 세계 최고의 꿀이 생산된다. ‘캔디(candy)'란 단어가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그 질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꿀은 그리스의 다른 섬에서도 생산되니 혹시 눈에 띄면 두어 병쯤은 사두라고 권하고 싶다.

크레타 최대의 도시인 이라클리온(Herakleion)이란 명칭은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헤라클레스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는 크레타가 1913년 터키로부터 독립한 이후에 붙여진 것이고, 그 이전에는 ‘칸디아(Candia)'라 불렸다. 꿀의 최대 수출항이던 칸디아가 17세기 초 터키의 수중에 들어가자 꿀맛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서구 열강들은 아프리카 노예들을 카리브 지역으로 끌고 가 사탕수수 농장을 가꾸기 시작했고, 그 최종 생산물을 캔디라 불렀던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크레타는 그리스에서도 제일 늦게 터키의 사슬로부터 해방됐다. 그런데도 자기네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잃지 않았다. 크레타 출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가 그 좋은 예다. 크레타는 그리스 영토이긴 하나 이처럼 본토와는 여러모로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그래서 크레타는 재미있다.역사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