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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민영화 ‘브레이크’… 대투 매각 다시 원점으로

입력 | 2004-08-16 18:04:00


PCA컨소시엄이 대한투자증권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공적자금이 투입된 증권사 민영화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협상 결렬이 대투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매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회사 구조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PCA컨소시엄이 인수를 포기한 배경은=재정경제부나 예금보험공사, PCA컨소시엄 등 협상 당사자 모두는 “구체적인 협상 내용 등에 대해서는 국제관례상 밝힐 수 없다”면서 인수 협상이 결렬된 정확한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결렬된 것을 두고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광범위하게 퍼진 분석은 대투의 숨겨진 부실 때문이라는 것. PCA측이 실사 과정에서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부실채권을 발견하고 발을 뺐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PCA측은 예보측에 사후손실 보전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협상을 깬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최근 대투의 잠재부실 규모가 당초 5000억원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1조원을 훨씬 넘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매각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금이라도 더 받아 공적자금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와 덜 내고 사려는 PCA측이 절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PCA컨소시엄 내 이견도 협상 결렬의 이유로 거론된다.

PCA컨소시엄은 영국계 프루덴셜그룹(60%)과 한때 외환카드에 투자했던 다국적 투자펀드인 올림푸스캐피털(30%), 조지 소로스가 최대 주주인 퀀텀펀드(10%)가 합작한 다국적 컨소시엄.

단기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투기 자본이 포함돼 있는 만큼 중장기 투자를 원하는 프루덴셜측과 마찰을 빚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투기 자본들이 출자를 거부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이번 협상 결렬로 정부는 예비협상대상자인 하나은행과 대투 매각협상을 다시 벌여야 한다.

정부는 다음달 말이나 10월 초까지 하나은행과 매각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쉽게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이 사후손실 보전이 전제돼야 실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당초 하나은행이 제시한 조건들이 수용돼야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하나은행의 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는 한 대투 매각 작업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외에 대투 인수에 관심을 표시한 국내외 은행이나 금융회사들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투자증권·대한투자증권 매각 일지▼

○ 2003년

11월 27일-정부, 한투·대투증권 2004년 상반기 중 매각계획 발표

○ 2004년

3월-투자의향서 발송

4월 12일-투자의향서 접수 마감

4월 20일-공적자금위원회 7개 인수 예비후보 발표

4월 26일∼5월 21일-1차 예비심사

5월 26일∼6월 18일-2차 예비심사

7월 1일-최종인수제안서 접수

7월 14일-우선협상 대상자 발표

(한투=동원금융지주, 대투=PCA컨소시엄)

8월 16일 -PCA컨소시엄, 대투 인수 포기 발표

-하나은행, 조건부 인수의사 발표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사후손실보전(Indemnification):

기업 인수합병(M&A) 때 매수자가 소송이 진행 중인 자산 등 미래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넘겨받은 뒤 실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매도자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제일은행 매각 당시 사용됐다.

:후순위 채권담보부증권(CBO):

CBO는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던 채권을 따로 모은 뒤 이것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 후순위 CBO는 CBO 가운데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을 담보로 발행해 이를 발행한 금융회사가 도산할 경우 변제 순위가 일반 채권보다 밀리는 채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