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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완배/‘중국발 오염’ 팔짱낀 환경부

입력 | 2004-08-11 18:36:00


“언론 보도가 앞서 나가는 것 같다. 민간 학자의 연구결과를 크게 보도하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보는 10일자 A1면에 ‘중국 발(發) 대기오염, 우려가 현실로’란 제목으로 “한국 대기오염물질 중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의 40%와 49%가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서울대 박순웅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들은 매우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급한 보도로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불만이었다.

불만의 논리는 이렇다. 현재 중국은 자국의 대기오염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기오염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할 ‘공식적인’ 근거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민간기관의 연구 결과를 보도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대기오염 월경 문제는 ‘공식적’이고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부가 공식적이고 국제적인 대응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지금까지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연구결과를 갖고 중국을 설득하려면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를 인지한 1995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건의 연구결과도 내지 못했다.

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국과의 물밑접촉 등 외교적 노력도 2000년 한중일 3개국 환경장관 회의에서 잠깐 논의된 것을 빼고는 지금까지 사실상 전무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의 대응 계획을 묻자 “공식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면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계획조차 세워놓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 내 부처간의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이 문제를 놓고 외교통상부와 한번도 협의한 적이 없다. 심지어 이 문제를 다루는 환경부의 두 부서(국제협력관실과 대기정책과)는 지금껏 합동회의조차 한 번 갖지 않았다.

중국에 항의 한마디 못하고 ‘점잖고 신중하게’ 기다리는 정부에 국민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완배 사회부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