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상태가 불만족스럽습니까. 그러면 우주만한 금덩이와 자신을 바꾸자고 하면 바꾸시겠습니까.”
27일 오후 2시 충남 논산시 벌곡면 원불교 삼동원에서 5박6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제182차 동사섭(同事攝) 수련회. 수녀, 기독교 신자, 불교도, 교사 등 71명이 대강당에 둘러 앉았다. 동사섭은 중생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이들을 지도하는 용타(龍陀·64·사진) 스님이 잔잔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우주와 바꿀 수 없이 존귀하듯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의식 속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이미지와 느낌으로 채워져 있어요. 이것들이 부정적일 때 자신이 행복하겠습니까. 지금부터 다른 사람에 대한 우호감을 높이는 ‘절 명상’을 하겠습니다.”
동사섭 수련 참가자들은 서로 절을 주고 받는 ‘절 명상’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이 똑같이 존귀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논산=서정보기자
그는 서로간에 3배를 올리는 ‘절 명상’을 제안했다. 절을 하면서 존귀하고 신비한 당신을 간절하게 대접하고 감사한다는 느낌을 갖자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머쓱해하다가 곧 서로 3배를 올리기 시작했다. 타인으로부터 존경의 뜻을 받고 자신도 그들을 존경한다는 것이 감정의 한 부분을 일깨워서일까. 절을 할수록 참가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급기야 대성통곡을 하는 이도 있다.
한 시간 반 동안 서로 절을 마치고 나자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경기 광주시 남한산초등학교 교사인 안순억씨(42)는 “절을 하면서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며 “나를 낮추면 상대가 기뻐하고 나도 즐거워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동사섭은 1980년 용타 스님이 개발한 수행법으로 1만여명이 배웠다. SK케미칼에서는 임직원 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용타 스님은 불교 원리를 바탕으로 여러 수행법을 취합해 긍정, 지족(知足), 초월명상 등 체계적이고 다양한 코스를 만들었다. 동사섭의 키워드는 ‘행복’. 나와 내 이웃, 사회가 행복해지고 우주에 맑고 청정한 기운을 만드는 것이 수행의 목표다.
“많은 사람은 부정적 자아관을 갖고 있습니다. 남보다 못하다, 못 가졌다는 열등감, 자책감, 이것이 이웃과 사회에 대한 증오로 발전합니다. 이를 긍정적 자아관으로 바꾸는 것, 내가 이미 갖고 있고 이룬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긍정 명상이 수행의 첫걸음입니다.”
이곳에서는 우선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는 일기를 쓰게 한다. 또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고 마음껏 분노를 터뜨리는 ‘행동 명상’도 하게 한다. 이어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원인의 하나인 ‘다른 사람과의 불화’를 없애도록 한다.
“자신의 미세한 감정까지도 솔직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이 관계 회복의 지름길입니다. 아이가 웃고 있으면 ‘웃고 있구나’ 하고 넘어가지 말고 ‘너 웃는 모습이 귀엽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미세하지만 좋은 감정을 자주 표현하면 관계가 엄청나게 발전해요.”
현장에서 만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김호연 교수(51)는 “내 눈높이에 따라 아내와 자식들의 잘못만 지적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칭찬과 감사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만 하루 동안의 나를 버리는 ‘초월 명상’을 끝으로 5박6일의 일정을 마쳤다. 용타 스님은 “여러분 행복을 바라십니까. 그럼 지금 행복해지세요. 지족이 곧 행복입니다”라는 말로 강의를 맺었다. 063-227-1000
논산=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