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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도 이전, 이렇게 밀어붙여서야

입력 | 2004-07-05 18:46:00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어제 충남 연기군-공주시(장기면)를 새 수도 1위 후보지로 발표했다. 추진위는 공청회를 거쳐 다음 달 최종 입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수도 이전이라는 국가적 대사(大事)를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일사천리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행정부만이 아니라 입법·사법부 등 대부분의 헌법기관까지 함께 옮기겠다는 추진위의 구상이 밝혀진 이후 수도 이전의 이유와 효과가 납득할 만한 것인지 차근차근 따져보자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일고 있다. 전문가그룹이나 언론은 연일 ‘검증의 장(場)’을 마련해 이전의 시기, 범위, 비용 등에 대해 따져보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추진위 계획과 달리 이해찬 총리는 입법·사법부까지 옮겨갈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국회에 수도이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추진위 자체의 동력(動力)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국민적 사안’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추진위는 수도 이전이 기정사실화라도 된 듯 여론에 귀를 막고, 질문에 답변도 하지 않는 일방통행이고, 여권에서는 수도 이전에 반대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반(反)개혁’인양 몰아가는 분위기다. 이래서야 앞으로 실시될 공청회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도 이전은 정권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사업이다. 이전할 때 하더라도 먼저 국가사업의 우선순위에 대해 객관적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밟고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갈등과 불행을 막을 수 있다. 국정의 일관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수도 이전 같은 국가 백년대계를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서야 두고두고 국정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