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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로지 총선”… 끝없는 人事파행

입력 | 2004-02-17 18:48:00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총선 올인’으로 인한 인사파행 때문에 국정운용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신임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 체제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 청와대의 양대 축인 민정 및 정무수석비서관실은 라인업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공백(空白)상태로 표류하고 있다. ‘시스템을 중시하겠다’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시스템 부재로 국정운용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행인사 후유증 심각=박정규(朴正圭) 수석체제로 바뀐 민정수석실은 양인석(梁仁錫) 사정비서관에 이어 이석태(李錫兌) 공직기강비서관마저 사의를 표시해 당분간 업무공백이 불가피하다. 특히 박 수석과 ‘코드’가 안 맞는 이호철(李鎬喆) 민정비서관간의 관계를 ‘불안한 동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수석은 “능력 있는 사람은 안 하겠다고 하고,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능력이 처져서 고민이다”고 인선난을 털어놨다.

유인태(柳寅泰) 전 정무수석 사퇴 이후 정무수석실은 개점휴업 상태다. 고육책(苦肉策)으로 ‘적임자를 찾을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이 겸임하는 체제가 됐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선 총선까지 이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4·15총선 이후엔 ‘자리를 봐줘야 할’ 낙선자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386 참모인 천호선(千皓宣)씨가 정무기획비서관에서 의전비서관으로 이동하면서 정무팀장격인 이 자리도 비어 있다. 과거 조직개편 전에 정무기획비서관과 정무1, 2비서관 3명이 해야 할 일을 윤후덕(尹厚德) 정무비서관 혼자 감당하고 있다. 결국 정무비서관 자리가 ‘총선용 자리 봐주기’가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보좌관이 외교통상부장관으로 승진 이동한 후 이 자리 역시 비어 있다. 외교부 직원의 대통령 폄훼 발언 파문으로 시작된 외교부장관 경질 사태가 외교보좌관 인선 차질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청주 향응’ 사건으로 공석이 된 제1부속실장 자리도 10개월째 비어 있다.

▽인재풀 ‘있나 없나’ 논란=청와대의 인사공백은 인재풀이 취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청와대 개편인사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땜질 인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총선 때문에 한꺼번에 빠져나가다 보니 대타(代打)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 “인재풀은 장차관급 인사만도 부처별로 20∼30명씩 400∼500명에 이른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내각과 공기업 인사는 이 인재풀을 활용하지만 정작 청와대 인사는 정치적 임명 케이스일 수밖에 없어 관료 인재풀과 달리 ‘비주류 출신 대통령’의 인재풀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정무수석 등 핵심 ‘3인방’이 모두 사퇴하는 바람에 인사시스템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사시스템 고장 난 이유는=청와대 파행인사 논란의 핵심은 ‘코드 인사’와 ‘보은(報恩) 인사’에 시스템 부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석인 제1부속실장의 경우 386 참모인 여택수 행정관만큼 ‘노심(盧心)’을 잘 아는 측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한 이유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인사정책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코드를 따지지 말고 청와대를 매력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야 인재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의 한 차관급 인사는 “1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제일 강조한 게 ‘시스템 운용’인데 정작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겉돌면 부처에 시스템을 아무리 강조한들 먹혀들겠느냐”고 꼬집었다. 한 전직 비서관은 “코드 인사에 집착하다 보니 땜질 인사로 이어졌고, 협소한 인재풀이 고갈되면서 후속 인선이 차질을 빚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청와대-내각의 인사파행▽정무수석 및 정무기획비서관 공석-적임자 못 구해 홍보수석이 정무수석을 당분간 겸임.천호선 정무기획비서관 의전비서관 이동으로 공석 ▽민정수석실 비서관들 줄 사표-양인석 사정비서관 사표제출 이어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사의. 문재인 민정수석 출마 압력 받고 사퇴▽대통령제1부속실장 10개월째 공석-양길승씨 청주향응 사건 파문이후 10개월째 후임자 선임 못해. 386 측근인 여택수씨가 사실상 대행 ▽대통령외교보좌관 인선 지연-반기문 보좌관의 외교장관 승진 이동 후 공석 ▽한명숙 환경부장관 막판 총선 징발-공직자 사퇴시한 일(2월 15일)에 노 대통령과 오찬 후 사퇴 ▽김진표 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총선 출마-경제살리기 전념 위해 사퇴 없다고 해놓고 총선출마 위해 사표. ▽총선 앞두고 대통령특보 잇따라 신설-이정우(정책특보) 김혁규(경제특보) 김원기(정치특보) 등 위인설관 논란 ▽출마위해 청와대와 내각 참모들 사퇴-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정만호 의전비서관 조영동 국정홍보처장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권기홍 노동부장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