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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한방이야기]술마신후 노래로 목쉬고 갈라질때

입력 | 2003-12-14 17:21:00


연말 연이은 술자리로 몸이 고생이다. 음주운전이 위험한 것은 다 안다. 그러나 음주 노래가 아주 나쁜 습관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술을 마신 양에 비례해 우리 몸의 모든 근육은 이완된다. 탄력을 잃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과음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다가 허리를 삐끗해 다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성대 근육을 보자. 음주 상태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면 이미 축 늘어진 근육에 손상이 간다. 목이 쉰 정도에 그친다면 며칠이면 낫지만 음주 노래를 몇 차례 반복하면 성대를 다쳐 결절이 생기거나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 큰소리를 내지 않던 사람일수록 성대 손상의 위험이 커진다. 이런데도 음주 노래를 나쁜 습관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목소리가 쉬다 못해 소리를 잘 낼 수 없다거나 목소리가 갈라져 나오는 것을 한방에서는 사성((사,애)聲)이라고 한다. 집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치료법 하나를 소개한다.

우선 주먹 크기의 생강과 귤, 엄지손가락 크기의 더덕을 각각 1개씩 준비한다. 생강과 귤은 알맹이를 빼고 껍질만, 더덕은 통째로 주전자에 넣고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주전자 출구를 종이 깔때기로 막아 증기가 조금씩 나오도록 한다. 그리고 입을 가까이 대고 천천히 들이마신다.

이때 반드시 뜨거운 증기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입 주변이 데지 않도록 깔때기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한다. 증기를 입으로 들이마시면 목 안쪽까지 따뜻한 기운이 퍼지면서 붓고 늘어진 성대 주변이 금세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증기를 마시는 시간은 10분 정도가 적당하며 3일간 계속한다. 이 기간에는 매운 음식은 먹지 말고 큰 목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 정상 목소리로 돌아온다.

이런 ‘훈증요법’은 음주 노래 후유증 치료뿐 아니라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도 권할 만한 방법이다. 그러나 연말의 음주 노래 후유증 수준을 넘어선 성대 결절이나 후두염의 경우에는 한약재 중 금은화(金銀花), 감국화(甘菊花)를 넣고 하는 훈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치료법을 믿고 목을 방치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연말 음주노래는 가볍게 한 곡으로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

김재두 고려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