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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 현투증권 인수]신인도 상승…외국계 진출 잇따를듯

입력 | 2003-11-25 17:43:00


세계 굴지의 금융그룹인 미국 푸르덴셜금융이 현투증권(옛 현대투자신탁증권) 인수를 위한 본계약에 서명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은 일대 변혁을 맞게 됐다.

또 정부는 현투증권의 매각을 3년여간 끌어오면서 “2000년에 9000억∼1조1000억원의 투자 유치가 가능했던 회사를 5000억∼7000억원의 헐값으로 팔게 됐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종 매각대금과 소액주주 보상문제, 현투증권 대주주인 현대증권 매각에 따른 현대그룹의 반발 등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증권·투신권 구조조정의 시발탄=증권·투신업계는 푸르덴셜이 현투증권 인수에 이어 내년 초 제일투자증권까지 인수할 경우 수탁고가 24조6260억원(10월 말 기준)으로 삼성투신(수탁고 22조7860억원)을 제치고 국내 최대 투신사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권정업 대한투신운용 채권본부장은 “그동안 외국계 자본이 지분참여나 새로운 운용사를 설립한 경우는 있지만 광역화된 지점망을 갖춘 투신사를 인수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다른 외국계 자본의 진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도 이에 맞춰 즉각 한국 대한투신증권의 구체적인 매각 방침을 밝혔다.

또 동양오리온투자증권의 양해각서(MOU) 체결시한이 다음달 초로 다가오면서 5대 전환증권사(투신사에서 증권사로 전환)의 구조조정이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백경호 국민투신운용사장은 “중소 투신운용사는 벌써 짝짓기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헐값 매각’ 논란과 공적자금 손실=5000억∼7000억원으로 추정되는 현투증권 매각 대금은 올 3월 맺었던 MOU(6000억∼8000억원) 때보다 낮다. 이 때문에 ‘헐값 매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사후손실보존 조항에 현투증권이 보유한 후순위채 펀드 손실을 향후 3년간 보전해주기로 되어 있는데 이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SK글로벌 및 카드채 사태의 여파가 매각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혈세(血稅)를 일부 낭비하더라도 외국계 금융자본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조정을 앞당기고 시장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용로(尹庸老)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은 “해외 투자펀드가 아니라 굴지의 금융기관이 전략적 투자가로서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헐값 논란’ 외에 공적자금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최대 2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현투증권 매각 △현투증권 자산매각 △현투증권 대주주인 현대증권 매각 등으로 1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투증권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약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은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의미다.

▽남아있는 과제=정부는 소액주주에 대해 일단 완전 감자(減資) 뒤 현금 보상 또는 채권 지급 등의 방법을 선택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분간 소액주주와 정부 및 현투증권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증권 매각 문제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주력 계열사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아 정부 의중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현대증권이 할인증자하면 예금보험공사가 이를 인수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증자가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하는 특별 결의를 해야 하는 만큼 현대증권의 대주주인 현대그룹측이 반대할 경우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최종 매각대금 규모가 푸르덴셜이 내년 초 대금을 최종 납입할 때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 기간 중 현투증권 경영실적이 나빠질 경우 매각 대금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