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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스마트폰 4년만의 부활

입력 | 2003-10-26 17:46:00


《휴대전화와 개인휴대단말기(PDA) 기능을 통합한 스마트폰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 휴대전화보다 갑절이나 크고, PDA 기능은 제한적인 돌연변이 제품이 나오자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음성통화용 기기이므로 휴대전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PDA가 진화된 형태로 봐야한다는 반론이 맞섰다. 그러나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선보인 스마트폰은 얼마 안돼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시대를 너무 앞질러 나온 탓이었다. 스마트폰이 4년 전의 실패를 딛고 부활했다.》

디지털융합(Digital Convergence·디지털기기가 서로 닮아가는 현상) 시대를 맞아 휴대전화와 PDA의 장점을 결합한 스마트폰이 차세대 핵심 정보단말기로 각광받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에는 삼성전자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MS) HP 소니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뛰어든 상태. 각 업체는 휴대전화와 PDA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주도권 다툼에 나서고 있다.

▽선공에 나선 휴대전화 업체들=스마트폰 전쟁에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휴대전화 업체들. 이들은 단말기 시장의 포화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으로 눈을 돌려 PDA 성능에 맞먹는 신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 노키아 소니에릭슨 같은 선발업체들은 스마트폰 사업이 후발 업체와의 기술격차를 벌리는 기회로도 여기고 있다.

특히 국내 휴대전화업체들은 시장의 선두주자답게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를 새로운 기회로 반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팜’운영체제를 사용한 스마트폰 ‘미츠M330’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휴대전화, PDA, TV, 카메라 등의 기능을 통합한 신제품 ‘M400’을 선보였다.

LG전자도 휴대전화에 기반한 스마트폰을 개발해 연말경 시판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MS의 포켓PC2003 운영체제를 사용해 카메라폰 기능에 첨단 PDA 기능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

LG전자 정보통신사업본부 김종은 사장은 “신제품은 가장 진보된 형태의 지능형 복합단말기로 유비쿼터스 시대의 첨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격에 나선 PDA업체들=HP, 팜, 소니 등 PDA 제품을 만들고 있는 컴퓨터 업체들은 10년간 일궈 온 PDA 시장의 대중화를 앞둔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당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PDA에 비해 음성통화 기능이 우수한 것이 특징. 이 때문에 PDA 진영은 휴대전화 모듈을 달아 쓸 수 있는 PDA폰으로 방어에 나섰다. 셀빅, 싸이버뱅크 등 국내 PDA 업체들은 아예 휴대전화 모듈을 내장한 PDA폰을 시판하고 있다.

PDA 업체들은 PDA의 무선랜 기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장이 열리면 음성통화 기능보다는 무선인터넷 기능이 중요시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IT기기 전문가 최문규씨는 “초고속 무선랜, 휴대인터넷 등 국제표준의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PDA 보급이 휴대전화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트PC 시대 최후의 승자는=PDA는 정보단말기로서의 성능은 우수하지만 스마트폰에 비해 부피가 커 휴대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 반면 스마트폰은 컴퓨터로서의 성능이 약하고 화면이 작아 불편하다.

PDA업계와 휴대전화 업계의 스마트폰 주도권 다툼은 수년 전 벌어졌던 노트북과 핸드헬드PC의 대결과 비슷한 양상. 당시 싸움은 컴퓨터로서의 성능이 강력한 노트북 진영이 이겼다.

하지만 이번 대결에서는 두 진영의 제품이 서로 닮아 가면서 승부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진화에 따라 PDA와 휴대전화의 대결 구도도 해소되어 갈 전망. 전자통신연구원(ETRI) 한동원 휴대클라이언트연구팀장(박사)은 “다양한 정보기기로 언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열리면 모든 기기가 융합되고 통합돼 휴대전화, PDA, 컴퓨터 업체 등의 구분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