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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海上테러?…선박 - 선원 납치 잇따라

입력 | 2003-10-03 19:23:00


올해 3월 26일 화물선 데위마드림호는 수마트라 해안에서 해적을 만났다. 해적들은 배에 올라 키를 잡았다. 1시간 동안 배를 이리저리 몰며 속도를 냈다 줄였다 하더니 선장과 1등항해사(둘 다 실종 상태)를 납치해 사라졌다.

배를 빼앗아 팔거나 선원을 인질로 잡고 돈을 요구하는 통상적인 ‘해적질’과는 양상이 다르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4일자)에서 “테러리스트들이 화물선 납치 등 해상 테러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최근의 사건들은 테러리스트들이 해상공격을 준비하기 위한 훈련 및 실습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영국의 안보관련 컨설팅업체인 ‘에이지스 디펜스 서비스’의 최근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이 기사는 “해상테러는 석유 등 주요 물자의 수송 대란을 초래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크지만 항구나 선박의 보안 체계는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9·11테러를 저지른 항공테러범들은 플로리다의 항공학교에서 정식으로 비행교육을 받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해상 납치사건 10여건을 보면 뚜렷한 이유도, 인질로 잡는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000년 필리핀의 한 조직에 납치됐다가 올 6월 풀려난 한 유지보수 전문가는 “납치범들은 내가 다이빙 강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다이빙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세계 교역량 중 80%는 배로 운반된다. 테러범들이 폭발하기 쉬운 가스나 석유 수송선을 납치해 말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등 수송의 요충지를 막아 버리면 세계경제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 예멘에서 프랑스의 화물선이 공격당한 이후 해상테러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전 세계 4만6000여개의 상업용 선박과 4000여개 항구의 보안은 허술하기만 하다.

전 세계 항구에 들고 나는 연간 2억3200만개의 컨테이너 중 내용물이 검색되는 것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선원 중에 테러범에게 동조하는 사람을 잡아내기도 어렵다. 상업용 선박은 선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관련 서류를 챙겨두는 일도 드물다. 이런 식으로 고용되는 선원이 약 1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