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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월드]Car! 열혈남아…車 마이나 권영주씨

입력 | 2003-09-22 16:18:00

자동차 마니아 권영주씨가 자신의 차인 97년식 폴크스바겐 골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마니아(mania)’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몰두하는 사람’이다.

권영주씨(29)를 사람들은 흔히 ‘자동차 마니아’라고 부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한 느낌이다. 자동차와 함께 해온 그의 삶은 이렇다.

그가 처음 기억하는 차는 폴크스바겐의 구형 비틀. 세 살 무렵이었고 유학 중이던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 이후 자동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 글자를 알게 된 후부터 자동차 카탈로그를 모으고 각종 자동차의 제원을 샅샅이 외우다시피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1년 국내 자동차 잡지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1500번가량 차를 시승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차를 타본 사람 가운데 하나다.

대학에선 자동차라는 기계를 깊이 알고 싶어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어학 연수차 떠났던 캐나다에선 레이싱 스쿨을 나왔다. 지금은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를 수입하는 고진모터임포트에서 테크니컬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영업사원이나 정비사들에게 차량의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해 주는 게 그의 일.

권씨와 그의 차를 만났다.

그의 차는 97년식 폴크스바겐 골프. 차의 표면은 7년이나 됐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반짝거렸고 실내에는 먼지 한 톨 없어 보였다.

74년 처음 나온 골프는 딱정벌레차 비틀의 후속 모델이다.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고 세계적으로 2100만대 이상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겉으로는 작고 수수해 보여도 타면 탈수록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게 중평.

권씨는 “독일차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골프 역시 단단하고 안전하다”며 “작지만 돌덩이를 깎아 만든 것처럼 묵직한 느낌이 그만”이라고 말했다. 골프는 어릴 적 언젠가 꼭 사고 말겠다고 마음먹었던 그의 ‘드림 카’였다. 캐나다에 머물던 시절 공항 픽업 서비스와 관광 가이드 등 갖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중고로 구입했다.

조수석에 타고 서울 시내로 나섰다. 운전 솜씨를 보고 싶어서였다. 혼잡스러운 평일 오후의 광화문 일대. 그의 골프는 앞선 차의 꽁무니에 바싹 붙어 따라가다가 옆 차로에 조그만 틈이 생기면 굉음을 내며 옮겨간다. 속도계는 순간적으로 시속 100km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되풀이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 차와 운전자가 하나가 되는 경지라고 할까. 다른 사람에게 권할 일은 못되지만, 어쨌거나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운전 실력과 차량의 성능이 유감없이 펼쳐졌다.

권씨는 “직접 차를 수리하지 못 하더라도 최소한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눈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차의 이상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평소에 손수 세차를 하고 꼼꼼하게 왁스칠을 하면 사소한 잡티도 금세 찾아낼 수 있는 것처럼.

그는 차를 몰고 나섰다 돌아오면 그대로 차고에 넣는 법이 없다고 했다. 타이어에 박힌 돌까지 일일이 다 빼낼 정도라고.

권씨는 “평소 맨홀이나 둔덕을 지날 때 속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0년 동안 받을 충격을 한 번에 받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차도 사람처럼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 가끔은 RPM 게이지가 거의 끝에 다다를 만큼 엔진을 회전시켜야 한다. 권씨는 “RPM 3000 미만으로 살살 다니면 차도 ‘운동 부족’으로 제 성능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