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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원호씨 비호 세력’ 밝혀야

입력 | 2003-08-14 18:37:00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의 조세포탈 사건 수사와 관련해 상급자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청주지검 김모 검사의 폭로는 내용의 중대성에 비추어 대검이 진위를 가리는 수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 청주지검 조사 결과 김 검사가 그러한 폭로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압력을 행사했다는 부장검사는 “선배 입장의 조언”이었다고 해명해 두 사람 주장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 검사에 따르면 부장검사는 이씨의 살인사건 연루 혐의에 대해 “사건이 오래됐는데 잘 해결되겠느냐”고 말렸고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천천히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 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비록 부장검사가 직접 수사 지휘선상에 있지는 않았더라도 부당한 청탁 또는 압력에 해당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장검사는 김 검사의 폭로가 사실과 다르고 “오히려 철저한 수사를 독려하고 수사 방법을 조언해준 것밖에 없다”고 해명해 어느 쪽이 진실인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김 검사의 폭로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검찰조직에서 주무 검사가 피의자와 상급자의 유착관계를 폭로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김 검사가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대검 감찰팀에 밝히겠다고 한 직후 이씨 사건 수사가 양길승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관련 몰래카메라 수사팀으로 넘어간 경위도 석연치 않다.

양길승씨 향응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이씨가 권력기관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대검은 김 검사가 제기한 검찰 내부의 비호 의혹을 청주지검의 자체 조사와 발표에만 맡겨두고 있을 일이 아니다. 대검이 당장 수사에 나서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검찰이 행여 제 식구 봐주기식 조사로 넘어가려 하다가는 조직 전체의 상처로 커질 수 있다. 공직사회의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은 내부의 과오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이씨 비호세력 수사에 검찰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