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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帝피해보상 정부는 먼 산만…“대한민국 국적 포기합니다”

입력 | 2003-07-31 18:26:00


태평양전쟁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무관심한 정부에 항의하는 뜻에서 집단으로 국적포기서를 제출키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돼 태평양전쟁에 끌려간 김성수(金成壽·79·부산) 할아버지는 미얀마전투에서 오른팔을 잃고 왼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

전쟁이 끝난 후 귀국해 부산에서 미군부대에서 통역도 하고 고무신 장사도 해보았지만 성치 못한 몸 때문에 고생만 하기 일쑤였다. 강제 징용의 피해자였지만 일본은 철저히 보상을 외면했고 한국 정부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김 할아버지 같은 강제 징용자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 태평양전쟁 피해자들이 집단으로 국적을 포기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은 “오죽하면 국민이 국가를 부정하려고 하겠느냐”며 정부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나타냈다.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 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추진위원회’는 ‘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유족회’ ‘나눔의 집’ 등 5개 피해자단체 회원 300여명이 8월 13일 국적포기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추진위는 국적포기서와 함께 피해자들의 사연을 담은 사유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할 계획이다.

이들이 국적 포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 일본이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근거로 일제강점기의 청구권이 모두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프다는 것이다. 추진위 최봉태(崔鳳太·변호사) 공동집행위원장은 “일본 정부의 입장이 틀렸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한일기본조약 문서 공개를 정부에 요구했으나 외교통상부는 ‘일본 정부의 요청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다’는 답변만을 보내왔다”며 “결국 피해보상 문제를 정부가 가로막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 안신권(安信權) 사무국장은 “피해자 신고를 한 300명의 위안부 할머니 중 129명만이 생존해 있으며 평균 연령은 80세가 넘는다”며 “이 분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공식 사과와 법적 보상을 받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를 방문해 희생자 대표로 국적포기서를 전달할 예정인 김 할아버지는 “한국 정부는 나에게 있어서 일본 정부 못지않은 가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적포기 절차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면서 국적상실 신고를 해야만 국적포기가 가능하다”며 “단순히 무국적자가 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공동집행위원장은 “국적포기서가 반려될 경우 행정소송이라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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