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재계 “떠넘기지 말라…정치자금 받을때는 언제고”

입력 | 2003-07-21 18:45:00


‘정치자금 공개’를 둘러싼 불똥이 정치권에서 경제계로 튀었다.

경제계는 2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기업들의 자발적 정치자금 공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비공개 수사 등을 거론하자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해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털고, 고(高)비용의 정치문화를 개선해야만 장기적으로 정치도 살고 기업도 사는 길이라는 데 경제계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당장 이 문제가 어떻게 튈 것인가 하는 것.

▼관련기사▼

- 野 "내달15일까지 주5일제 법안 처리"

재계 인사들은 “자금을 준 기업들측에서 먼저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업 경영에만 전념해도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자꾸 기업들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정치권을 성토했다.

S 대기업의 임원은 “기업들은 그동안 정치자금이라는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면서 “가뜩이나 불황기에 기술개발하고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경쟁하기도 바쁜데 또다시 정치자금으로 손발이 묶인다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D 대기업의 임원도 “물타기다. 말도 안 된다”고 노 대통령의 말에 반발하면서 “기업들을 끌어들이지 말고 정치권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左承喜) 원장은 “정치와 경제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젠가 한 번은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면서 “특별법을 만들어 과거 일을 사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사의 공개 및 수사는 국가 및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李圭煌) 전무는 “정치자금을 공개하겠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째는 국가운영 및 경제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런 사항은 국내는 물론 대외적인 파급 효과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아래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

둘째는 정치·경제계를 만신창이로 만들지 않고 정치권의 고비용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과거에 대한 사면을 적극 검토하고 앞으로 재발될 경우 기업인은 물론 정치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