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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화계 뉴스]할리우드, 속편 흥행부진에 떤다

입력 | 2003-07-17 18:55:00

1편의 성공에 힘입어 관심을 모았으나 흥행은 기대에 못미친 영화 ‘미녀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동아일보 자료사진


여름 시즌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속편들의 흥행이 기대에 못미치자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할리우드가 ‘대작의 속편’이라는 안전 장치에 대해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전세계 동시 개봉한 ‘미녀삼총사: 맥시멈 스피드’는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 1억4400만달러(1728억원)를 들였으나 개봉 첫주말 북미에서 3760만달러(451억2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고 둘째주부터 관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미국 독립기념일(4일) 연휴 직전 북미에서 개봉한 ‘터미네이터 3’도 2억2500만달러(27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나 지금까지 북미에서 거둔 수입은 1억1050만달러(1326억원)에 불과했다. 개봉 둘째주 극장 수입은 첫주에 비해 55% 감소했다. ‘금발이 너무해 2’ ‘패스트 & 퓨리어스 2’도 개봉 첫 주에만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이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해외 수입을 합하면 속편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겠지만 흥행은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녀삼총사’의 제작사 콜럼비아 픽처스의 에이미 패스컬 사장은 “‘속편의 흥행 부진’은 신선함만이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레볼루션 스튜디오’의 사장 조 로스는 “1편이 성공했다고 해서 관객이 2편을 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20세기 폭스’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속편이 아닌 영화 ‘젠틀맨 리그’를 홍보하면서 “그저 그런 속편들에 비해 정말 볼만한 영화가 나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속편의 수익은 첫편의 60%’이라는 게 할리우드의 오랜 속설. 1편보다 더 많은 볼거리로 제작비가 불어나는데다 관객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오스틴 파워’ 시리즈, ‘미이라 2’, ‘러시아워 2’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속편 제작붐이 일었다. 올해와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속편은 각각 23편, 19편으로 2001년 9편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최근 속편 제작자들의 고민은 ‘신선한 포장’이다. 속편답지 않은 속편만이 흥행을 보장받는다는 것. 이들은 특히 1999년 ‘토이스토리 2’가 1편에 없던 새 캐릭터를 등장시켜 큰 흥행을 거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글래디에이터’ 속편을 제작 중인 ‘드림웍스’는 “관객의 기대가 높은데다 1편에서 주인공 막시무스가 죽었기 때문에 2편을 아주 다르게 재구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