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외교부 “김운용의원 고위급인사 파견요청”

입력 | 2003-07-07 18:52:00

미국 FBI의 추적을 받아오다 5월 18일 불가리아에서 체포된 김운용 IOC 부위원장의 아들 정훈씨가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로이터 연합


김운용(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외교통상부에 아들 정훈씨 구명운동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 위원이 이 문제를 2010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활동과 연계시켰는지가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김 위원이 IOC 위원 지위를 이용해 아들의 구명활동을 벌였다면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과 정부는 구명운동과 평창 유치활동의 연계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김 위원이 아들이 불가리아에서 체포된 뒤 아들의 구명운동을 여러 차례 얘기한 적은 있지만 평창 유치 문제와 연계해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김 위원의 위상을 의식한 때문인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정훈씨 구명운동을 위해 이수혁(李秀赫) 차관보를 8일부터 12일까지 불가리아에 파견키로 하고 비행기표까지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이 차관보는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데다 불가리아 출장 예정기간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중기간(7∼10일)과 겹친다는 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단순한 자국민 보호활동으로 보기에는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성의’를 보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위원이 현지 대사보다 고위급 인사를 보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해 이 차관보를 파견하려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이 차관보가 가더라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불가리아 방문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당국자는 “김 위원이 직접 요청은 안했지만 달리 생각해볼 때 만약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이 됐는데도 아들이 계속 구금된 상태라면 정부가 지나치게 자국민 보호에 소홀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 위원의 아들이 불가리아에 간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김 위원은 7일 기자회견에서 “평창 득표 활동이라는 공무 때문에 갔다가 구금됐으니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정부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측은 또 정훈씨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해 달라고 한 것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은 외교통상부 장관이 외교관 여권을 발급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정훈씨가 불가리아에서 체포됐을 당시 그가 평창 유치활동을 위해 갔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