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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잔류 개혁파 3인 탈당파에 '이별가'

입력 | 2003-07-07 12:02:00


7일 오전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의원 등 5명이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당초 탈당파에서 잔류로 선회한 서상섭 김홍신 의원과 민주당 신주류를 비판했던 이성헌 의원 등이 떠나는 '동지'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털어놨다.

지난 1일 서상섭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하기 훨씬 전부터 호형호제하며 정치적 소신을 나누던 선후배 의원들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나 주장을 하고 싶지 않다"며 "떠나려는 의원들이 당의 부정적 이미지와 체질 등이 고쳐 쓰기엔 너무나 낡았다고 느끼고 새로운 실험적 모색에 나선 것이라면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탈당파 의원들의 결단을 인정했다.

▼관련기사▼

- 한나라 개혁파 5명 탈당 공식 선언

하지만 서의원은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자신까지 나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전체적인 정치개혁의 방향과 입장, 그리고 새로운 정치세력형성의 추진방향에 대해 소상하게 소신을 밝힐 생각"이라면서 당분간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위해 더욱 철저하게 갈고 닦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 '개혁철새'라는 용어로 민주당 신주류를 강하게 비판했던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도 2일 '개혁철새론을 다시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우리 당에서 함께 정치개혁을 놓고 고민했던 동지들을 철저히 신뢰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개혁 철새'라는 조어를 폐기하려 한다"고 탈당파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의원은 "나는 여전히 한나라당의 '개혁 귀신'이 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동지들의 '다른 선택'도 존중돼야 한다"면서 "이는 내가 당에 남아 어떻게든 당과 우리 정치의 개혁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그 마음과, 당을 떠난다는 극단적 방법까지 선택하려는 동지들의 마음이 궁극적으로는 같음을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홍신 의원도 "지역구도 타파와 정치개혁이라는 큰 흐름과 대의에선 탈당파와 뜻을 같이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동지들의 건승을 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상섭 의원 글 전문▼

서상섭입니다. 네티즌사이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저의 당적거취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저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입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리고 저를 아끼는 지역주민들과의 물밑대화를 통해, 그저 가만히 느끼고 수렴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생각은 보다 훨씬 개혁적으로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편에서 적극적으로 가다듬되, 행보는 진중하게 할 필요성과 뜻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권에 입문하기 훨씬 전부터 호형호제하며 비슷비슷한 정치적 소신들을 나누던 선후배의원들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것같은 어떠한 발언이나 주장을 내세우고 싶지 않은 것도 묵묵소이의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까지 버리며 떠나려는 의원들이야 당의 부정적 이미지와 체질 그리고 대다수 소속의원들과의 노선갈등 등등 고쳐 쓰기엔 너무나 낡은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실험적 모색이라는 결단을 내리려는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겁니다.

그러나 모양과 시점 그리고 국민적 선택을 보는 시각차이 때문에 節言하고 있는 본인까지 나서서 굳이 어떻게 그 입장이 다른가를 비교해대며 떠든다는 것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겨집니다. 정치인이기에 앞서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정치인으로서 전체적인 정치개혁의 방향과 입장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정치에 있어서의 정당개혁 핵심과 새로운 정치세력형성의 추진방향에 대해서 소상하게 저의 소신을 밝힐 생각입니다. 지금의 행보논란에서 한발 비켜서서 이 비현실적인 현실정치를 냉혹하게 들여다보고 국민과 함께 고민해나갈 요량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위해서 더 철저하게 갈고 닦겠습니다. 아무쪼록 혜량하시기 바랍니다.

2003년 7월 1일 국회의원 서상섭

▼이성헌 의원 글 전문▼

신당 바람으로 곧 정치권의 빅뱅이 몰아칠 것 같았던 지난 4월말쯤, 나는 내 자신의 정치적 거취와 관련한 단상들을 꼽씹어 보며 스스로 '개혁 철새'라는 용어를 사용했었다.

한국 정치와 정당구도가 이념과 정책기조의 차별성을 기준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결코 이의를 갖지 않는다. 지금처럼 지역주의나 권력과의 근접성 여부가 정당간의 가장 큰 차별성으로 자리잡는 한 우리 정치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정당 구도의 내용적 재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철새'라는 부정적 조어를 사용했던 것은, 한국 정당구도의 발전적 재편이라는 명분과 필요성에 비춰 당시의 정치현실적 움직임은 전혀 다른 샛길로만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권 민주당내에서는 신주류-구주류간 권력다툼이 정당구도 재편이라는 명분을 갉아먹고 있었고, 한편에서는 노무현정권의 권력기반 강화 의도가 신당 바람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었다. 한국정치의 질적 수준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정당구도 재편이 기대되기 보다는 권력 중심의 이합집산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정치개혁적 미래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인사들까지 신당 논의의 주체로 나서는 판이었으니...

우리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같이 고민했던 동지들의 행로가 크게 양분되고 있다. 일부는 당의 새로운 지도부에 발탁되어 본격적인 당내 개혁 레이스를 시작하려 하고 있고, 일부는 당을 떠나 범진보진영의 결집에 힘을 보태려하고 있다.

이쯤에서 나는 '개혁 철새'라는 조어를 폐기하려 한다. 아직도 그러한 범주의 인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당에서 함께 '정치개혁'을 놓고 고민했던 동지들을 철저히 신뢰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을 떠나겠다는 결단을 내린 동지들에게 나는 깊은 애정으로 동지들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기를 기원하려 한다. 결코 권력의 양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