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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경제자유구역을 가다/성공위한 전제조건

입력 | 2003-07-03 21:27:00


‘현재로서는 투자나 입주할 의사가 없다.’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한 외국기업 61개사를 대상으로 송도, 영종, 청라지구를 비롯해 국내 경제자유지역의 실효성에 대한 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이처럼 냉담했다.

응답 기업의 67%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95%가 현 시점에서는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입지 조건은 종합 경쟁력에서 최우수지역으로 꼽힌 싱가포르를 100으로 할 때 54.4에 머물렀다. 말레이시아 탄정(16.2)보다는 앞섰지만 상하이(73.5) 홍콩(75.0) 등에 뒤져 아시아 5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4위로 평가됐다. 부문별 경쟁력을 보면 영어사용 20.7(싱가포르 100), 행정서비스 32.2(상하이 100), 교육여건 43.8(싱가포르 100) 등에 그쳤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본격 개발되고 있지만 외국기업들은 아직 경제자유구역 성공 여부에 대해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인천 경제자유구역 3개 지구에서 교통 연계성과 시장 접근성, 교통 인프라, 세제 인센티브, 규제 완화 등이 구비돼야 매력적인 물류거점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자유구역의 밑그림이 완성되는 2008년까지 1단계 개발을 계획대로 하는 것과 함께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는 “자칫 제도 개선이 늦어져 투자 유치시기를 놓치면 엄청난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경제자유구역이 빈껍데기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이 1일 시행됐다. 그러나 ‘외국기업에 대해 세제 등 혜택을 줄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을 뿐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세부 법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지방세법이나 조세제한특례법 등 개별법에도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세부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인천시 관계자는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법이 시행됨에 따라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데 유연성을 보이고 있으나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은 아직 그렇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탄력적이고 유연한 제도를 추진하려면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외국투자 유치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상무는 “한국처럼 작은 나라는 사정이 비슷한 아일랜드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아일랜드가 단기간에 많은 외국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산학협동 프로그램에 따라 외국기업의 향후 인력 수급계획을 파악해 과학기술, 컴퓨터, 경영학 분야 고급 인력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제자유구역 성공을 위해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전략을 짜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법인세를 받지 않아도 고용 창출효과로 세수가 늘고 연관 산업 유치나 기술이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천발전연구원 박창호 한중교류센터장은 “중국 상하이와 칭다오 등이 화교자본과 글로벌기업, 세계적 금융기관 유치 등에서 인천과 경쟁할 것”이라며 “조세체계 개선, 물류 전문인력 양성, 외국인 생활환경 선진화 등을 통해 경쟁도시를 능가하는 투자 여건을 조성해야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