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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와 4년후 기약

입력 | 2003-07-03 01:50:00


‘4년 후를 기약하자.’

강원 평창군이 2일 밤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0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투표에서 대회 유치에 실패했다. 그러나 좌절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동계올릭픽을 치른 솔트레이크시티는 무려 4번째 도전 만에 유치에 성공했고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은 재수 끝에 유치했다.

전문가들은 평창이 4년 후 재도전한다면 ‘대륙별 순환원칙의 당위성’이 더욱 부각돼 선두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번 유치전에서 선전함으로써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인지도까지 높아졌다는 것.

이번 유치 실패는 세계스포츠무대의 ‘힘의 논리’에 밀린 데다 북핵 문제 등 악재가 겹친 게 원인이라는 분석. 강원도 산골의 작은 마을 ‘평창’은 지명도와 시설 인프라에서 경쟁 도시를 따라잡기에는 힘에 부쳤다. 게다가 그동안 동계올림픽은 일본에서 두 번(72년 삿포로, 98년 나가노) 개최된 것을 제외하곤 철저하게 유럽과 북미에서만 열렸다. 이번에도 그 논리가 알게 모르게 작용한 셈.

유럽과 뉴욕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과 맞물린 것도 평창으로선 불운이었다. 유럽 IOC 위원들은 2010년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려야 대륙별 순환원칙에 의해 2012년 하계올림픽이 유럽 도시에서 열릴 수 있다고 보고 밴쿠버에 몰표를 던졌다.

북핵 문제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평창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평화올림픽’을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북한의 장웅 IOC 위원도 “아무런 문제없다”고 거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밴쿠버 유착 스캔들’을 일으킨 게르하르트 하이베리 IOC 평가단장은 평가보고서에서 “북핵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고 자크 로게 IOC 위원장까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은근히 평창을 깎아내렸다. 경쟁도시들이 집요하게 제기한 안전문제도 IOC 위원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유치 유관기구간의 불협화음. 평창유치위원회와 대한체육회의 엇박자, 2년 전 무주와 평창의 제살깎기 국내 유치경쟁 등 쓸데없이 힘을 낭비한 측면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투표 당일까지 나돈 김운용 IOC 위원의 부위원장 출마설도 김 위원과 유치위의 갈등을 드러낸 대목. 국력을 총 집결해 서울올림픽을 유치했던 81년 ‘바덴바덴의 기적’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나마 평창이 이 만큼 선전한 것은 국민의 성원과 2년여에 걸친 유치 실무단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이제 실패를 딛고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해 다시 뛸 때다.

프라하=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