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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기업]등산화 국내1위 'K2코리아'

입력 | 2003-06-23 18:32:00

K2코리아 정영훈 사장이 서울 성수동 본사 1층 매장에서 등산 관련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이지만 등산화 분야에서 국내 최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원대연기자


한때 외제 신발을 신고 우쭐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산에 오르면 달라진다. 한국 브랜드인 ‘K2’ 등산화를 신어야 등산을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K2코리아 정영훈(鄭暎薰·34) 사장은 “품질, 마케팅 시대를 거쳐 이제는 브랜드 시대”라고 말했다. 브랜드 전략만이 강한 기업으로 살아남는 방법인 셈.

K2코리아는 국내 등산화 시장의 40%, 산업안전화(安全靴) 시장의 70%, 등산의류 시장의 10%를 점유한 스포츠용품 전문업체. 올해 500억원의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다.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K2 브랜드가 ‘최고 등산화’로 자리잡은 비결은 뭘까.

정 사장은 “반 걸음 앞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 보 앞선 전략은 작년 등산 중 사고로 작고한 선친 정동남(鄭東湳) 사장이 창업할 때부터 시작됐다.

신사화를 제조하던 창업자는 72년 등산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사화로는 큰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고 재빨리 판단했기 때문. 남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89년 이탈리아에서 1대에 수십억원을 웃도는 첨단 설비를 도입했다. 국내 등산화 제조업체로는 처음이었다.

80년 일간지 사회면 시사만화 아래에 광고도 시작했다. 주변에서 “고객층이 제한된 등산화를 광고하는 것은 낭비”라는 비웃음을 들었지만 꾸준히 광고를 했다. 등산 인구가 늘어날 것을 미리 내다본 까닭이다.

정 사장은 “건강이 중요해지면서 등산화 스포츠의류 산업은 미래 성장산업”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견 제조업체에서 보기 드문 제도를 몇 가지 실시하고 있다.

우선 주5일 근무제. 90년 기능인력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작했다. 야근이 없는 점도 눈에 띈다. 일부 관리직 근로자를 빼고는 오후 5시30분에 퇴근한다.

제조업체가 주5일 근무에다 야근도 하지 않고 경쟁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덕분에 이직률이 ‘0%’에 가까워 생산직 근로자는 모두 숙련공이 됐다”고 대답했다.

품질이 안정돼 있다는 얘기다.

이 회사 직원들은 가구당 2자녀 범위에서 유아원부터 대학까지 학비를 지원받는다. 중고교생은 전액, 대학생은 1년에 1인당 200만원씩 지원한다. 모두 직원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직제는 ‘사장-팀장-직원’으로 간단하다. 팀장이 정확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 고시 공부를 하다 갑작스레 회사 대표가 된 정 사장은 “좋은 설비와 사람, 시스템이 맞물리면 사장이 없어도 회사는 잘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수출 얘기를 꺼냈더니 손사래를 쳤다. 품질만 좋다고 중국과 경쟁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보지 않고 수출에 나서기보다 국내 시장에서 레저·스포츠업체로 입지를 굳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