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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미국 여자프로농구 그것이 알고 싶다

입력 | 2003-05-14 17:29:00



《미국여자프로농구(WNBA)가 23일(한국시간) 개막한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여자농구의 간판스타 정선민이 시애틀 스톰의 유니폼을 입고 국내 여자농구사상 처음으로 뛰어 WNBA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아시아 선수가 WNBA에 진출한 것은 쳉하이샤(중국) 하기와라(일본)에 이어 정선민이 3번째. 시즌 개막을 앞두고 WNBA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미국여자프로농구는 ‘꿈의 무대’.

WNBA 시애틀 소속의 정선민. 컴퓨터합성사진.

농구 종주국 미국은 물론이고 정선민(시애틀 스톰)처럼 전 세계에서 한 가락 한다는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려한 개인기로 코트를 수놓는다.

수많은 별 가운데 LA스파크스의 센터 리사 레슬리(31)는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으뜸별’. 올 시즌 팀의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레슬리는 1m96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공할 공격력의 소유자. 고교 시절 한 경기에서 전반에만 무려 101점을 퍼부은 기록도 있다.

그는 WNBA가 출범한 97년부터 줄곧 정상을 달린 간판스타. 2001년 사상 처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으며 지난해에도 MVP 2관왕에 등극했다.

레슬리는 지난해 7월31일 마이애미 경기에서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공식대회 덩크슛을 터뜨렸다. 빼어난 몸매에 모델로 나선 적도 있으며 비시즌 동안에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따는 등 장외활동도 활발하다. WNBA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실시하는 올 시즌 MVP 설문조사에서도 레슬리는 1위에 올라있다. 레슬리가 골밑을 지키는 LA는 이번 시즌에도 우승 후보 1순위.

레슬리의 아성을 위협할 테네시대 선후배 타미카 캐칭(24·인디애나 피버)과 샤미크 홀즈클로(25·워싱턴 미스틱스)는 한국 농구팬에게도 낯이 익다. 국내 여자프로농구 2003겨울리그에서 뛰며 본토 농구의 진수를 펼쳤기 때문. 밝은 성격에 늘 웃는 얼굴로 국내에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캐칭은 우리은행을 사상 첫 여자프로농구 정상으로 이끈 주인공. 아버지 역시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캐칭은 가드든 포워드든 맡기기만 하면 모두 소화하는 전천후 선수로 2002시즌 WNBA에서 가로채기 1위, 득점 2위, 리바운드 4위에 오르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국민은행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포워드 홀즈클로 역시 농구 경력만큼은 화려하다. 테네시대 시절 20세기 최고의 대학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으며 테네시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겼을 정도. 99년 프로에 입문,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지난 시즌에는 평균 19.9점, 8.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 홀즈클로를 앞세운 워싱턴은 뉴욕 리버티와 동부콘퍼런스 정상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2000년 MVP 수상자 셰릴 스우프스(휴스턴 카미츠)도 올스타전 인기투표에서 2년 연속 최다 득표를 한 톱스타. 정선민과 같은 서부콘퍼런스에서 한판 대결을 벌일 전망.

정선민이 속한 시애틀에서는 가드 수 버드(1m75)와 센터 로렌 잭슨(1m96)이 눈길을 끈다. 버드는 코네티컷대 시절 2차례 미국대학농구 정상을 맛봤으며 지난해 시애틀에 입단, 팀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호주 국가대표 출신의 외국인 선수 잭슨은 올해로 미국 진출 3년째를 맞았으며 팀 내 득점 1위.

이런 스타들 틈바구니에서 정선민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달 초 팀에 합류한 정선민은 12일 새크라멘토 모나크스와의 첫 시범경기에서 7분을 뛰며 60%의 야투 성공률로 6점을 기록했다.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지 얼마 안됐고 출전시간이 짧은 것을 감안하면 합격점이라는 평가.

기량이야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정선민은 일부러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휴식시간에는 같이 영화도 보러 다닌다. 하루라도 빨리 팀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텃세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동료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벌써부터 생존 법칙을 터득한 정선민의 아메리칸 드림은 그래서 더욱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WNBA는… 14개팀 리그

WNBA는 97년 미국 프로농구(NBA)의 산하단체로 출범했다. 당시 미국 여자농구계에는 ABL 등 세미프로의 성격을 지닌 몇 개의 리그가 있었다. 그러나 WNBA가 출범하면서 다른 리그들이 자연스럽게 흡수됐다.

8개팀으로 출범한 WNBA는 2000년 16개팀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 시즌 2개팀이 해체됐다. 올 시즌에는 동·서부콘퍼런스에 7개팀 씩 14개팀이 출전한다. 3개월간 팀당 32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를 거쳐 상위 4개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 3전2선승제의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른다. 콘퍼런스 우승팀이 겨루는 최종결승전도 3전2선승제.

지난 시즌에는 서부콘퍼런스 우승팀 LA 스파크스가 동부콘퍼런스 1위 뉴욕 리버티에 2연승을 거두며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LA는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

WNBA 출범이래 서부콘퍼런스에서만 챔피언이 배출된 것도 특징. LA 스파크스와 휴스턴 카미츠가 번갈아가며 챔피언트로피를 차지했다. 올해도 이 같은 ‘서고동저’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선민이 속한 시애틀 스톰은 지난해 서부콘퍼런스 4위팀. ESPN의 WNBA해설가 엔 메이어는 “앤 도너번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자질이 있다”며 시애틀의 올 시즌 성적이 상향될 것으로 점쳤다. WNBA는 NBA와 마찬가지로 해외선수 수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2002 올스타에 뽑힌 스테이시 데일 슈만(캐나다·워싱턴 미스틱스)을 비롯해 음와디 마비카(콩고·LA 스파크스) 등 22개국 출신 46명의 선수가 WNBA에서 뛰었다. 이는 총 207명의 WNBA선수 중 22%에 해당한다. 스타급 선수의 연봉은 20만달러 안팎. 신인최고 연봉은 4만2000달러, 최저는 3만달러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