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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이곳]배우 문소리의 양재천이야기

입력 | 2003-04-01 19:14:00

영화배우 문소리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양재천변을 걷고 있다. -권주훈기자


《3월 31일 오후 봄볕이 따사로운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양재천 부근.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의 영화배우 문소리는 매니저도 없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에 왔다.

“불편하지 않으냐고요? 하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못 알아봐요.”

그럴 만도 하다. 영화 ‘오아시스’에서 그가 보여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영화를 본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를 진짜 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는 TV에 자주 얼굴을 비치지도 않는다. 자신을 꾸미고 포장하는 것에 서툴기 때문. 그의 이런 자연스러움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가 잘 가는 곳 역시 ‘도시 속의 자연’인 양재천이다.

“2년 전인가, 매일 밤을 꼬박 새우고 오전 5시경 양재천을 따라 달렸어요.”

‘오아시스’ 출연 전 그는 혼란스러웠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출신으로 교사가 됐을지도 모르는 그는 ‘박하사탕’으로 영화배우로 데뷔했지만 ‘계속 연기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오전 6시가 되면 양재천 주변은 운동복 차림에 애완견을 끌고 나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당시의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정해진 룰대로 열심히 살아야 해’ 하고 강요하는 것만 같아 일부러 사람이 없는 시간에만 나왔다.

양재천 가에는 길을 따라 거리가 표시돼 있어 자신이 얼마만큼 달렸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집이 있는 일원동에서 양재동까지 왕복 6㎞를 달린다.

2001년 부천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대됐을 때의 일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5㎞ 마라톤 행사가 있다고 해 운동화에 반바지 차림으로 갔다. 그런데 다른 여배우들은 모두 드레스 차림이어서 놀랐다.

그러나 창피함은 잠시였다. 여배우들은 아무도 뛸 생각을 안 했지만 거의 매일 6㎞를 달리는 그는 “겨우 5㎞?” 하며 가뿐히 완주했다.

“여름밤에는 종종 캔맥주를 사서 징검다리 위에서 마셔요. 참, 다리에 모기약을 꼭 뿌려야 해요.”

한때 심하게 오염됐던 양재천은 1995년부터 3년여간 강남구가 생태공원화 사업을 실시한 데 힘입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각종 물고기와 개구리는 물론 맑은 물에만 사는 민물조개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 없을 것만 같은 동식물들을 볼 수 있는 게 너무 신기해요.”

그는 3번째 출연한 영화 ‘바람난 가족’의 촬영을 막 마쳤다. 상반기에 개봉되는 이 영화에서 그는 옆집 고교생과 바람을 피우는 뻔뻔한 아줌마 역할을 맡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