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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지키는 이근영 금감위장 北송금 특검 때문?

입력 | 2003-03-10 19:09:00


임기직인 공정거래위원장과 검찰총장이 교체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자 이근영(李瑾榮·사진) 금융감독위원장의 거취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금감위원장은 지난주 이남기(李南基) 전 공정위원장이 사퇴한 이튿날 금감위 간부들에게 “당분간 내 신상에 변화가 없을 테니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위 안팎에서는 금감위원장의 ‘자리보전’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교감 있나=금감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사표제출을 거부하고 무작정 버티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청와대측과 ‘의사소통’이 있었다는 뜻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공정위원장이 6일 사표를 낸 직후 금감위원장측이 청와대 고위층과 상당시간 진퇴문제를 의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감위원장이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원장과 금감위원장의 진퇴는 별개 사안이라는 말이 청와대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공정위는 언론사 과징금 부과 취소와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계획 발표 등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문책성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체 못할 사연 있나=금감위원장 유임이 청와대 결정이라면 속사정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대북 송금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추측이 많다. 야당의 특검제 고수 입장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금감위원장의 퇴진은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금감위원장’ 신분과 ‘자연인’ 신분은 증인 채택 과정에서나 특검제에 따른 수사과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후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거론된다.

유지창(柳志昌) 금감위 부위원장, 정기홍(鄭基鴻) 금감원 부원장,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교수, 이정재(李晶載) 금감위 전 부위원장 등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들 외에도 개혁성과 금융시장 감각을 두루 갖춘 인사가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