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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TV 법률프로 인기비결 "따뜻한 法, 재미난 法"

입력 | 2003-02-17 18:24:00

“눈빛에서 검사의 카리스마가 느껴져요.“(정현수) ”8개월 동안 매주 대구에서 비행기타고 올라와 방송을 하셨다니 열정이 대단합니다.“(서태화) 영화배우 서태화와 정현수 변호사가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최근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법정공방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기자



《법정이 TV 화면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SBS ‘솔로몬의 선택’은 고승덕 김병준 정현수 김동성씨 등 4명의 변호사가 법률단으로 출연해 독자적인 법해석으로 재미와 법률 상식을 동시에 주는 프로그램. 토요일 오후 황금시간대(6·50∼8시)오락프로그램 중에도 높은 시청률(16∼18%)을 유지하고 있다.

MBC ‘실화극장 죄와벌’(월 오후 11·05)은 ‘이민주양 유괴살인사건’ 등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실제 사건을 치밀하게 재구성해 법정 드라마 타입으로 진범과 진실을 추적해 눈길을 끈다. KBS2 ‘TV 생활법정’(토 오전 10시)은 실제 분쟁 당사자가 직접 출연해 공방을 벌이고, 황산성 변호사가 판결을 내린다.

TV 법정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리걸(legal) 엔터테인먼트’라는 신조어로 불릴 만큼 인기 있는 아이템. ‘솔로몬의 선택’의 법률자문단 중 홍일점인 정현수 변호사와 ‘실화극장 죄와벌’에서 검사역으로 출연하는 영화배우 서태화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건물 앞에서 만났다.》


정현수=서검사님의 카리스마가 있는 눈빛은 검사역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킹카’ 검사들이 많은데, 제일 멋지신 것 같아요. (웃음)

서태화=검사 역할은 정말 어렵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인간적으로는 피의자의 편을 들고 싶지만, 법의 형평성을 위해서 중형을 구형할 때 검사들이 고뇌하게 될 것 같아요. ‘솔로몬의 선택’은 정말 생활속에서 궁금한 판결이 많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정=처음에는 변호사들이 오락물에 나오는 것에 대해 탐탁찮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이것이 단순 오락프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시청자들은 생활법률 상식을 미리 알아둬야 합니다. 법률 분쟁이 터진 뒤 수습하려면 늦습니다. 제가 8개월간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TV에 출연한 것도 법률의 대중화에 일조하고 싶어서였어요.

서=‘솔로몬의 선택’이나 ‘실화극장’같은 법률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두자릿수 시청률(10∼16%대)을 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요즘 오락물에서는 더 이상 농담따먹기식 ‘재연드라마’와 ‘토크쇼’는 안통하는 것 같아요. 법정공방 프로그램은 정보 제공을 넘어 치열한 논리대결이 펼쳐지는 ‘지적 게임’이 흥미를 끄는 것 같아요.

정=‘솔로몬의 선택’은 법조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데 동료 변호사와 판검사 분들은 집에서 아이와 함께 ‘솔로몬의 선택’을 TV로 보기가 겁난데요. 아이들이 “아빠 저게 뭐야” 하고 물어 대답했다가, 방송에서 변호인단이 판결 내리면 “에이, 아빠가 틀렸다”고 하니까 정말 민망하대요.

서=검사역을 맡고 법원 방청석에서 재판을 관람했어요. 기대와 달리 무미건조하더군요. 그래서 극중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방청객으로 걸어나와 연설하는 미국식 재판정 모습을 도입했습니다.

정=‘실화극장’은 재판과정에 참여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고뇌가 깊게 묘사돼 흥미를 더해줍니다. 특히 10일 방송된 ‘엇갈린 모녀의 운명’ 편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저는 대구의 첫 여성변호사로 가정폭력 사건을 많이 다뤘어요. ‘솔로몬의 선택’을 촬영하면서도 시청자게시판에 한 미성년자 윤락녀가 “엄청난 빚을 져 포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고 호소해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서=‘실화극장’은 실제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당시 재판 기록 외에도 사건 당사자와 재판부를 만나 자료 조사가 필요합니다. 작가, PD 등이 5팀이나 매달려 제작을 하고 있지요.

정=그래도 법조인이 보기엔 몇가지 실수가 눈에 띕니다. 민사 재판에서 소송을 당한 사람은 ‘피고’이고,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죄인은 ‘피고인’이라고 해야합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무조건 ‘피고는…’하고 부르는 실수가 많습니다. 피고인을 증인석에 세워 심문하는 것도 잘못된 것입니다. 또 재미를 위해 재판부의 판결을 평가하고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