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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달구벌 산책/연극 '19'그리고'80'의 감동

입력 | 2003-02-14 22:06:00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매료되고 감동을 받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오래 간직하려고 애쓰면서 추억을 만들고, 감동 받은 것을 생활에 접목시키면서 자기를 찾고 성숙해 간다.

내가 즐겨 찾는 곳은 극장과 연극 공연장이다.

잃어버린 나의 분신을 찾아보고 싶을 때, 극장에 가서 배우를 만나면 그 안에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그곳에서 다양한 인생을 맛보고, 새로운 인생의 꿈도 꾸어본다.

극장에서 한사람의 배우를 만날때 창조자를 목격하듯 눈이 부실 때가 있다.

관객에게 명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의 연기를 만날때는 눈물이 날 정도의 환희를 맛보기도 한다.

최근 나는 지금도 공연중인 연극 ‘19그리고80’(원제:헤롤드와 모드)에서 이런 체험을 했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말도 있지만 ‘연극은 허구가 없는 진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연극이 인생인지 인생이 연극인지 모르고 살면서 연기가 생활보다 더 자연스러운 주인공 모드역의 박정자, 아니 박정자의 모드를 만났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세상에 대해 늘 반항적이고 죽음을 생각하는 19세 청년 헤롤드.

그는 시들어 가는 풀을 양지바른 쪽에 심어주고, 동물원에 갇힌 바다표범을 바다로 되돌려주며, 선한 사람이 되는 것 보다 선을 행하는 유쾌한 삶을 살아가는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 점차 자신이 변화되어 가는 것을 느끼며 모드를 사랑하게 된다.

죽음은 우리 삶에 있어 한 부분임을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연극 ‘19그리고80’.

모드역의 배우 박정자는 감동적이고 호소력 있는 연기로 귀여운 할머니 ‘모드’를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녀를 만난 것은 나의 행운이었다.

그것은 미래의 모드, 또 다른 나의 분신을 찾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드는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와 온기를 느끼게 하며, 안식을 준다.

배우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얻게 하는 새로운 인생의 구현자인 지 모른다.

우리사회 ‘방황하는 헤롤드’들에게 모드를 만나는 행운을 전하고 싶다.

박동준 패션디자이너·코코박동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