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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 질문]"돈주고 산 회담" "전쟁방지 일환"

입력 | 2003-02-10 18:50:00


▼2235억 北송금▼

여야 의원들은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성격과 해법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북 비밀송금이 경협자금이 아니라 정상회담의 대가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검을 통한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진상규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 신중히 조사하자”고 맞섰다.

조웅규(曺雄奎·한나라당) 의원은 대북 비밀송금액의 사용처와 관련, “일본 산케이신문도 2001년 2월2일자에서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 ‘98년 이후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개발 허가 등의 명목으로 제공한 3억달러를 군사목적으로 전용해 미그21 전투기 40대 등을 도입했다며 대북 현금 지원의 중단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용균(金容鈞·한나라당) 의원도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연구원의 ‘한반도 보고서’를 인용, “빈사상태였던 북한이 햇볕정책 이후 군비 증강을 계속하고 있다”며 현대 자금의 ‘군비전용설’을 제기했다.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도 “총리는 대북 비밀송금이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인식을 바로잡고, 지금이라도 진실을 규명한 후 잘못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어떠한 법적 책임도 달게 받겠다는 당당한 자세를 갖도록 충언할 의향이 없느냐”고 공격했다.

반면 이윤수(李允洙·민주당) 의원은 “대북 비밀송금의 특수성과 폭발력을 감안할 때 일반 범죄사건과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쟁 방지를 위해 대북 사업자금을 쓴 것은 통치권 차원의 사안이며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근태(金槿泰·민주당) 의원은 “국정조사와 특검제도 국회가 결의하면 모두 가능한 방법이나,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을 돈으로 샀다는 식의 무책임한 모략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주한미군 철수▼

10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 미군 철수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여야 의원들은 주한 미군의 철수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촛불시위에 대한 성격 규정과 미 행정부의 주한 미군 정책 등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은 “시청 앞 군중들이 대형성조기를 찢는 시위 장면 등이 미 전역에 보도되면서 미국 내 반한(反韓)여론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주한 미군의 재배치에 대해서도 “미군의 한강 이남 배치는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균 의원은 “미국에서 미군 철수론이 제기되는 것은 한국 내 반미감정에 대한 미 정가의 섭섭한 반응이 직접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국내 좌파인사들의 극단적인 목소리에 아무 대처도 안한 결과”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민주당 이윤수 의원은 “촛불시위는 불공정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자는 게 목적”이라고 반미시위가 아님을 강조하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미국 내 반한감정을 초래했다”며 미군 철수 불가론을 펼쳤다.

반면 김근태 의원은 “미국이 한반도 주변 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배경에 이라크사태를 빌미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는 답변에서 “주한 미군 철수로 인한 방위력 공백은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이준(李俊) 국방부 장관은 “최근 미군의 한반도 주변 전력 재배치는 이라크전에 대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엄호성의원 "투자자 피해…盧진상규명을"▼

‘대북 뒷거래는 집단소송제 대상?’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10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현대의 대북 뒷거래 사건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집단소송제도에 정확히 적용되는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당초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검찰수사를 촉구했다가 국회 차원의 정치적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노 당선자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 노 당선자의 대표적인 공약을 이용한 것.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대출한 4000억원을 2000년 반기보고서 및 연말 회계보고서에 누락시킴으로써 현대상선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에게 유무형의 피해를 주었다는 게 엄 의원의 지적이다. 엄 의원은 또 현대상선이 4000억원을 갚기 위해 알짜 사업인 자동차 운송사업부문을 매각,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주가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상선은 분식회계와 허위 공시 등의 불법을 저질렀고, 그동안 재벌의 투명성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노 당선자로서도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 당선자측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김석수(金碩洙) 총리는 “대통령당선자의 처리 방향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한나라-민주의원 "정책남발" 한목소리 비판▼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월권 등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인수위는 현 정부의 현황을 파악, 새 정부의 출범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한시적 기구인데 각종 개혁정책을 발표하고 현 정부의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등 초법적 월권행위를 하고 있어 마치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하는 것 같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위가 관련 부처와 갈등을 일으키거나 정책방향을 번복, 혼란을 일으킨 사안으로 △경인운하 건설 △선거연령 인하 △철도 공사화 △이동통신 전화번호 통합 △출자총액제한제 △한총련 합법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한산 관통 문제 등을 예시했다.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인수위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법원 판결을 뒤집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합법화하겠다는 것은 내년 총선 때 야당 탄압을 위해 시민단체를 동원, 중국의 홍위병 사태와 같은 혼란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는 인수위의 공무원 노조 허용 방침에 대해서도 “군인노조와 경찰노조도 허용할 것이냐”며 “개혁의 기치 아래 민주적 기본질서마저 붕괴시킬 우려가 있는 급진적 개혁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