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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올 바둑계 되돌아보니 "이세돌 돌풍 거셌다"

입력 | 2002-12-19 17:46:00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이세돌 3단(왼쪽부터)



올해 국내 바둑계는 세대교체의 흐름이 거셌다.

세대교체의 선봉장 이세돌 3단을 비롯해 안조영 7단, 목진석 6단, 조한승 5단, 박영훈 최철한 3단, 송태곤 2단, 윤준상 초단이 갈고 닦은 내공을 선보이며 국내외 기전에서 고루 활약했다. 반면 지난해 상금 10억원 돌파와 100회 우승 달성 등 신기록을 세웠던 이창호 9단은 올해 세계 기전에서 속기전만 한 차례 우승했을 뿐이다. 조훈현 9단도 올해 국내에선 활약이 미미했고 세계 기전에서도 평년 수준에 그쳤다.

안조영 7단, 목진석 6단, 박영훈 3단(왼쪽부터)

세대교체를 본격화하며 가장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인 기사는 이세돌 3단. 그는 8월 후지쓰배를 제패, 국제 기전에서 처음 우승했다. 국내 기전에서도 LG정유배와 KT배 등 상금 1, 2위의 기전을 휩쓸었고 신예만 출전하는 기전 2개도 모두 우승해 5관왕이 됐다. 바둑계에선 앞으로 정상권의 판도가 이세돌-이창호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대 중반 ‘차세대 신예’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박영훈 3단은 국가별 연승전인 농심배에서 초반 일본과 중국의 1인자인 왕리청(王立誠) 창하오(常昊) 9단을 연파하며 4연승을 거둬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단했다.

송태곤 2단은 천원전 결승에서 조 9단과 치열한 펀치를 주고받으며 2 대 2 동률을 기록해 내년 1월 6일 최종 대국을 남기고 있다.

신예 중 막내격인 윤준상 초단 역시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조 9단에게 먼저 1승을 거둬 도전권 획득이 유력시되고 있다.

반면 이창호 9단은 세계대회에서 이상하리만큼 침묵했다. 속기전인 TV아시아바둑선수권전 외에는 삼성화재배, LG배 세계기왕전, 후지쓰배에서 중도 탈락했다. 내년에 열리는 도요타 덴소배 결승전에 올라간 것이 유일하게 좋은 성적.

다만 이창호 9단은 왕위 명인 패왕 기왕 등 4개의 성(城)에 몰려든 이세돌 3단, 안조영 7단, 목진석 6단 등의 공격을 막아내며 위신을 잃지 않았다.

조 9단은 올해 신설된 KTF배를 안았을 뿐 국수위를 이 9단에게 빼앗기는 등 국내 활약이 미미했다. 하지만 50대의 나이에 57승으로 올해 최다승을 기록하고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극적으로 역전 우승한 것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창혁 9단도 KT배를 이세돌 3단에게 넘겨주고 국내에선 무관으로 전락했으나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처음 달성하는 영예를 누렸다.

해외에선 조치훈 9단이 아함동산배에서 우승컵을 안으며 65회 우승으로 사카다 에이오(坂田英男) 9단이 갖고 있던 일본 바둑계 최다 우승기록(64회)을 깼다.

올해 바둑계의 주목할 만한 뉴스로는 한국기원이 대한체육회 인정단체가 됐고 인터넷 바둑 유료화로 바둑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중국 리그의 국내 기전 참여와 한국 여성기사들의 세계 정복도 눈여겨볼 만한 흐름이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