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만화]식객 50회…종합일간지 사상 첫 일일 연재

입력 | 2002-11-11 18:37:00

‘식객’ 연재 50회를 맞은 허영만(가운데)작가와 ‘식객팀’. ‘식객’의 산실인 서울 광장동 작업실은 만화속에 나오는 음식점처럼 분주했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성찬과 진수가 꾸며나가는 음식 만화 ‘식객’이 12일 50회를 맞았다.

‘식객’은 본지가 종합일간지 사상 처음으로 일일 연재하는 만화. 74년 데뷔한 이래 ‘무당거미’ ‘오! 한강’ 등 잇따라 히트 만화를 발표한 허영만(55) 작가도 ‘식객’에 대해선 각별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 허씨는 “종합일간지 특성을 고려한 부담도 적지 않았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식객' 연재 보기
☞'식객 마당' 글쓰기

‘식객’은 회를 거듭할수록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에서는 이 만화를 토론 자료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 대학 식품영양학과 한영실 교수는 “‘식객’에 나온 전통 음식 제조법을 과학적으로 검증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허영만씨의 작업실에서 식객의 ‘요리 과정’을 들여다봤다.

●역시 재료가 좋아야

음식의 기본은 재료. 허씨가 취재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신선하고 맛좋은 재료를 찾는 요리사와 마찬가지.

허씨는 ‘식객’의 기획을 2000년 3월부터 시작했다. ‘식객’의 취재를 담당하는 이는 스토리작가 지망생인 이호준씨(31). 이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재료와 음식을 찾아 정리하고 사진을 찍는다. 일단 ‘맛집’을 발견하면 허씨와 함께 방문해 검증을 한다.

태백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밭을 헤맨 적도 있고, 봉평 메밀밭에서 만난 시골 아낙의 구수한 말솜씨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적도 있다.

이씨는 “현재 음식 재료와 요리를 정리한 자료는 컴퓨터에 저장된 것까지 합하면 A4지 1만장은 넘고 사진도 라면 박스로 3박스 정도 된다”고 말했다.

●요리는 정성

작업의 첫 단계는 허씨가 연필로 원화를 그리는 것이다. 스토리 전개와 구성, 전체적인 구도가 모두 원화에 포함된다. 다음에는 작업실에 들어온 지 7년째인 한승수씨(25)가 원화 위의 인물을 묘사한다. 주인공의 얼굴 모습이 달라지지 않도록 신경쓴다. 이 다음은 배경 그리기. 심재용(26)씨 등 4명이 그리는 배경은 사실감이 중요하다. 주로 사진을 보며 꼼꼼히 그린다.

그간 허씨가 도시 풍경이나 자동차 안, 전철역 등을 찍어놓은 사진 앨범만 수백권이다. 이후 먹칠과 전체적인 명암 작업이 끝나면 다시 허씨가 마무리한다. 작업은 통상 오전 10시경 시작하지만 끝나는 시간은 대중없다.

허씨의 책상 앞에 붙은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라는 메모가 눈에 띄었다.

●갖은 양념도

‘맛집’에 대한 소개와 정보도 중요하나 만화적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번뜩이는 유머와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는 허씨의 몫이다. 허씨는 “소개하는 음식에 걸맞는 이야기를 붙이는 게 고역”이라고 말했다.

재료나 요리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도 음식 만화의 묘미다. 같은 쇠고기라도 양지 머리와 사태를 같은 모양으로 그릴 수는 없는 법.

허씨는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쇠고기의 부위별 사진을 찍어왔다. 음식점에서도 직업병이 드러난다. 밥상이 아무리 푸짐해도 허씨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전에는 젓가락을 잡지 않는다. 사진을 통해야만 정교한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항상 최고의 작품을 그려야한다는 허씨의 작가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식객 팀은

허씨를 포함해 작업실 식구는 모두 10명. 이중 8명이 그림에 매달린다.

작업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호성씨(29)는 배경을 그린다. 2년째 이 작업실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순천대 만화예술과 97학번으로 군 제대후 만화를 전공했다.

막내 마성일군(17)은 학업은 검정고시로 대신하기로 하고 만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문하생 중 홍일점인 임지은씨(22)는 “여성 취향의 순정 만화보다 남녀 모두가 좋아하는 허영만 선생님의 스타일이 좋다”고 말했다. 96년부터 작업실에서 일한 한승수씨는 “선생님은 쓱쓱 그려내는 얼굴들이 나한테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추억의 ‘올계쌀’로 시작 지금은 부대찌개집 찾아다녀요”

안녕하세요, 성찬입니다. 식객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제임스 일병이 ‘올계쌀’ 맛으로 부모를 찾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잊혀져가는 올계쌀은 표준어로는 올벼라고 하는데요, 덜 익은 벼(올벼)를 털어 솥에 찐 뒤 바짝 말려 입에 한 웅큼 넣고 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랍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제인 고추장 굴비는 저 성찬이와 이웃집 할머니를 이어주는 정의 상징이었습니다. ‘맛이 깨가 서말’이라는 가을 전어 구이로 자살하려는 아저씨의 마음으로 돌리기도 했구요. 60년 전통의 곰탕집 하동관 이야기에서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세월의 맛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지난 회에서 밥상의 진짜 주인은 ‘밥’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설명한 뒤에 요즘은 맛좋은 부대찌개집을 찾아다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