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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아들의 3년6월 징역형

입력 | 2002-11-01 18:26:00


대통령 아들이 징역형을 선고받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국민은 불행하다. 더구나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의 아들이 뇌물을 받은 죄로 징역형에 거액의 벌금과 추징금까지 선고받았으니 실로 세계에 부끄러운 일이다.

재판부는 어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에 대해 ‘현직 대통령 아들이라는 특수 신분을 이용해 각종 이권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해 개인적 용도에 쓴’ 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6월에 벌금 5억원, 추징금 5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전형적인 권력 비리요, 사인화(私人化)된 권력의 말로다. 하물며 전(前) 정권의 잘못을 고스란히 답습했으니 역사의 교훈마저 외면한 결과다.

헌정사 반세기 만에 최초의 실질적 여야(與野) 정권교체를 이뤄낸 김대중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정권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정권은 그러한 국민적 기대를 배반했다. 그 근본 이유는 이 정권이 줄곧 ‘민주화’를 내세웠으나 형식상의 민주주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과 비선(秘線) 정치’는 바로 형식상 민주주의의 뒷면으로서 그것은 필연적으로 부패를 낳기 마련이다. 이 정권에서 잇따른 아들들 비리 및 측근들의 권력형 부정비리는 그 결과물일 뿐이다.

11일에는 대통령 3남 홍걸(弘傑)씨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다. 원래 이틀 전 열리기로 예정됐던 공판이 연기된 데는 ‘형제가 줄지어 선고받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 등이 고려된 모양이다. ‘형제의 중형(重刑) 피하기’ 의혹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재판부가 이런 ‘고려와 의혹’과는 무관하게 엄정한 공판을 하리라고 믿는다.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재판은 고질적 권력 비리의 사슬을 끊어내는 역사적 교훈의 장(場)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을 담당하겠다는 세력들도 두 정권에서 되풀이된 ‘대통령 아들의 비극’에서 엄중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