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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戱 弄(희롱)

입력 | 2002-09-29 18:32:00


戱 弄(희롱)

戱-놀 희 弄-장난칠 롱 畵-그림 화

遊-놀 유 璋-구슬 장 愚-어리석을 우

요즘 어린이들은 공이나 컴퓨터 오락기를 가지고 놀지만 옛날 어린이들은 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막대기나 돌, 흙, 풀 등과 같은 것으로 놀았다. 그러다 보니 놀이도 매우 다양해 물장난, 흙장난, 돌장난, 나무장난 등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竹馬故友(죽마고우)는 대나무가지를 마치 말처럼 타고 놀았던 데서 나온 말이다.

또한 수렵채취 생활을 했던 조상들 때문에 어린이들은 일찍부터 전쟁이나 사냥놀이도 즐겼다. 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창이나 칼, 또는 총 흉내를 내면서 논다. 戱는 바로 어린이들의 전쟁놀이에서 나온 글자다.

그래서 창을 뜻하는 ‘戈’(과)자가 들어 있다. 아마도 막대기로 창을 흉내내면서 놀았던 모양이다. 여기서 戱는 재미있게 노는 것, 또는 익살스런 것을 뜻하게 되었다. 곧 戱劇(희극)은 재미있게 꾸민 演劇(연극)이며 戱畵(희화)는 장난기 있게 그린 그림이다. 또 兒戱(아희)는 아이들의 놀이가 되며, 한데 어울려 노는 것은 遊戱(유희)다.

弄은 王과 두손으로받들공(공)의 합성자다. 여기서 王이 ‘임금’이 아닌 ‘구슬’로서 玉자의 변형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두손으로받들공은 왼손과 오른손을 서로 마주보게 하여 들고 있는 모습에서 나왔다.

따라서 ‘두손으로받들공’의 뜻은 ‘두 손’이다. 곧 弄은 두 손(두손으로받들공)으로 구슬(玉)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다. 물론 사내아이들이 즐겼던 주요 놀이 중의 하나다. 그래서 ‘弄’은 ‘가지고 놀다’, ‘장난치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두손으로받들공’의 동생 뻘 되는 글자에 ‘절름발이왕’이 있다. 미관을 위해 간략하게 줄인 것으로 역시 ‘두 손’을 뜻한다. 共(함께 공), 兵(병사 병), 具(갖출 구), 與(줄 여), 輿(수레 여), 興(흥할 흥) 등은 모두 ‘두 손’과 관계가 있다.

옛날에는 아들을 낳으면 弄璋之慶(농장지경·구슬을 가지고 놀음), 딸을 낳으면 弄瓦之慶(농와지경·실패를 가지고 놀음)이라고 祝賀해 주었다. 그러니까 戱弄이라는 말은 아이들의 전쟁놀이와 구슬치기에서 나온 말로 마치 구슬을 가지고 놀듯이 제멋대로 장난을 친다는 뜻이다.

이처럼 본디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마음을 표현하는 글자지만 어른들이 사용하면 좋지 않은 의미로 둔갑하고 만다. 弄談(농담) 玩弄(완농) 愚弄(우롱) 등이 다 그렇다. 특히 戱弄이라는 말은 더욱 그렇다. 요즘 性戱弄 사건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性을 가지고 장난을 쳤으니 좋을 리 있겠는가.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