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그림문자 발상은 만국 공통?

입력 | 2002-09-29 18:14:00

수메르 문명의 쐐기문자를 표기문자로 택해 전세계에 퍼뜨린 고대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의 궁궐터. 사진제공 EBS


문자의 기원은 곧 인류문명의 기원. 문자의 탄생 이후 비로소 인류의 생활상이 기록됐기 때문이다. EBS는 문자가 인류 문명의 열쇠라는 데 초점을 맞춰 1년여간 공들여 제작한 다큐멘터리 3부작 ‘문자’를 10월 7∼9일 밤 10시 방송한다.

문자의 역사는 인류 최고(最古)의 수메르 문명이 낳은 그림 문자로 시작한다. 기원전 33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자는 중국 갑골문자보다 약 1800년, 이집트 상형문자보다 약 300년 앞선 것이다.

초기 문자가 그림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제작진이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란 독일 한국 등 3개국의 어린 아이에게 낮 밤 강을 표현해보라고 했더니 놀랍게도 거의 비슷했다.

그림 문자 이후 나타난 게 쐐기문자. 기원전 2200년경 만들어진 우르 유적지에 있는 지구라트(계단 피라미드 형의 신전 탑) 비문에는 쐐기 문자가 적혀있다. 쐐기문자의 특징은 인류의 첫 표음문자라는 점. 쐐기 문자는 고대 오리엔트 전역에서 3000년간 사용됐다. 문자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 표음문자와 달리 표의문자는 문자의 조합으로 모든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는 편리함 덕분이다.

페르시아도 쐐기문자를 페르시아어 표기 문자로 받아들였다.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왕이 베히스툰 산의 절벽에 부조로 새겨넣은 베히스툰 비문은 아카드어와 엘람어 고(古)페르시아어 등 3개 언어로 쓰여 있어 고대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다. 수메르 문자가 발견된 것도 베히스툰 비문을 학자들이 100여년간 연구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가장 보편적인 문자인 알파벳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1905년 이집트 시내산 세라비트 엘-카뎀 지역의 작은 스핑크스 벽면에서 이전과 다른 형태의 문자가 발견됐는데 이것이 알파벳의 기원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1500년경의 것으로 보이는 이 문자는 우가리트(현 시리아 지역) 알파벳 형태를 거쳐 페니키아 알파벳으로 발전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문자는 왜 발생한 것일까?

경제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하버드대 고대근동학과 휴네가르트 교수는 “거래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진흙덩어리를 뭉쳐 사용하던 물표(物標)가 문자의 전 단계”이라며 “물표가 번거로워지자 문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