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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억달러' 조사하면 바로 나온다

입력 | 2002-09-27 18:43:00


6·15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북한에 4억달러를 줬다는 뒷거래 의혹은 최우선으로 규명되어야 한다. 시간을 미루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도 아니고 기업간에 거액의 자금이 오간 것이라면 회계가 엉망이 아닌 한 조사하면 바로 진상이 드러날 것이다.

정부가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정쟁으로 치부하면서 부인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현 정권이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다. 정부가 즉각 조사해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의혹만 부풀릴 뿐이다.

‘기업에 대해서는 금감위가 자금추적을 할 수 없다’는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의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 정권 들어서도 민간기업에 대해 조사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기(國基)가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의혹을 조사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군색하기만 하다.

가장 큰 의혹은 4억달러(약 4900억원)의 행방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꺼번에 4900억원이나 지원한 것은 대출관행상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기업이 운영자금으로 은행에서 꾼 돈은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자금흐름을 종합 판단해야 4900억원의 행방을 밝힐 수 있다.

현 정권과 현대의 커넥션 전모도 밝혀져야 한다. 현대 계열사간의 자금이동도 석연치 않다. 현대상선을 비롯한 현대 8개 계열사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북사업을 하는 현대아산에 총 4500억원을 투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외압이 없는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 정권이 의혹을 밝히지 않은 채 뒷거래 의혹을 ‘정치권의 막말’이나 ‘근거없는 주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괴이쩍은 일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과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의 진상은 과연 무엇인지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여야간의 타협으로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