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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만 제대로 했어도…”…반대편 능선만 집중수색

입력 | 2002-09-27 18:10:00


“지난 11년여 동안 유골이 발견된 곳을 수색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개구리 소년 5명의 유골이 발견된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속칭 세방골에서 4대째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주민 도모씨(70)는 “우리 집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서 개구리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씨는 “아이들이 실종된 직후 경찰이 제대로 수색했더라도 시체나마 일찍 찾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개구리 소년들이 실종 11년반 만에 자신들이 살던 동네에서 3.5㎞가량 떨어진 와룡산 중턱에서 발견되자 ‘경찰은 그동안 뭘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년들이 실종된 와룡산은 해발 299.6m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나 면적이 270여만평으로 넓은 데다 유골이 발견된 곳(해발 150m지점, 깊이 2m)과 같은 골짜기와 구릉이 많아 수색이 쉽지 않은 곳.

경찰은 일단 개구리 소년들이 끼니를 거른 채 온종일 산을 헤매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길을 잃고 추위를 피해 골짜기 안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매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당시의 목격자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해 이들이 발견된 반대편 능선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쳤을 뿐 정작 유골 발굴 지점은 수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달서경찰서의 한 직원은 “당시 수색작업은 전·의경들을 동원해 소년들이 살던 동네 쪽의 와룡산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그나마 길이 없는 골짜기나 언덕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말해 경찰이 ‘엉성한 수색’을 했음을 시사했다.

당시 6개월가량 초동수사를 지휘했던 김윤환(金允煥) 전 달서경찰서 수사과장(현 대구 동부경찰서장)은 “와룡산은 물론이고 인접한 성주군의 야산까지 여러 차례 수색했다”며 “수색에 허점이 있었는지, 타살된 뒤 매장됐는지는 확실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당시 경찰이 가족의 얘기보다는 목격자의 신고를 더 믿는 바람에 제대로 수색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김영규(金榮奎)군의 아버지 김현도씨(59)는 “가출할 아이들이 절대 아니라고 해도 경찰은 수사 방향을 다른 데로 돌렸다”며 “막연하게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수색을 철저히 했더라면 시신이라도 빨리 찾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