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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값진석유?

입력 | 2002-09-26 17:27:00


'대 이라크 전쟁은 병사와 국민의 피를 담보로 한 석유 전쟁'

미국의 진보주간지 네이션 최신호(10월7일자)는 임박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의 이면에는 중동의 석유 확보를 둘러싼 미국의 손익계산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제2의 걸프전'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감행하려는 것은 갈수록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석유의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하고 나아가 21세기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군림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

지난해 6월 체니 부통령의 주도로 작성된 '국가에너지정책보고서'는 2000년 현재 미국에서 소비된 석유의 절반이 수입석유였으며 2020년이 되면 수입석유 비율이 3분의 2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의 석유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석유 공급선 다변화가 선결요건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지금까지 주요 석유 공급원이었던 사우디 아라비아마저 신뢰하지 못할 정도로 미국의 석유 공급선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했다.

9·11 이후 워싱턴의 랜드 연구소가 사우디를 '악의 핵'으로 규정한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급랭했다. 사우디 내에서서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우디 정부는 급기야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석유회사들의 유전 개발 참여를 금지시키기로 하는 등 양국관계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를 대체할 석유 공급원으로 미국이 꼽고있는 것이 이라크. 이런 와중에 사담 후세인은 미국을 소외시키고 동맹세력을 만들기 위해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석유기업들에게 총 440억 배럴에 이르는 이라크 유전의 개발권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 최대의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석유매장량을 합친 규모.

부시행정부가 이라크 공격에 집착하는 근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네이션지는 분석했다. 후세인 정권 전복에 협조하지 않은 나라들은 신(新)정부가 수립되면 후세인 정권과 맺은 석유 공급 계약이 휴지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이라크 반체제 세력들이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라크 공격은 신정부 하에서 유전 개발 계획을 미국의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장악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