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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슈뢰더총리 재집권]聯政 녹색당 돌풍 업고 '진땀 승리'

입력 | 2002-09-23 19:27:00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SPD)과 녹색당의 적-녹연정이 22일 15대 연방하원(분데스타크) 선거에서 승리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23일 독일 선관위가 잠정 발표한 집계 결과 사민당은 38.5%의 지지율로 251석의 의석을 확보해 55석(8.6%)을 얻은 연정 파트너 녹색당과 함께 의회 과반 302석보다 4석 많은 306석을 차지했다. 기민-기사연합(CDU-CSU)은 사민당과 같은 38.5%(248석)를 확보했지만 유력한 연정파트너인 자민당(FDP)이 7.4%(47석)를 얻는 데 그쳐 정권 탈환에 실패했다. 녹색당은 98년 정부에 첫 진출한 데 이어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를 얻어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가 됐다. 새 정부 정책은 녹색당의 영향으로 진보적 색채가 짙어질 전망이다.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은 4.0% 지지를 얻어 의회 진출 장벽인 5%를 넘지 못하고 지역구 의석 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79.1%로 98년의 82.2%보다 낮아졌다.》

▽승인과 패인〓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연정이 재집권에 성공한 것은 녹색당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과 총리의 개인적인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 7월까지만 해도 사민당의 지지율은 기민-기사연합에 비해 10%까지 뒤져 슈뢰더 총리는 독일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단임 총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98년 총리 당선의 일등 공신이었던 대량 실업 문제가 이번엔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는 8월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한 감세 연기를 약속해 ‘위기에 강한 지도자’로 이미지를 굳힌 데 이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해 패전국 독일의 반전(反戰) 감정을 파고들었다. 이어 올해 처음 도입된 미국식 TV 토론을 지지율 반전으로 연결시키며 9월 들어 여론을 사민당 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기민-기사연합의 패인은 집권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소극적 지지를 적극적 지지로 연결시키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집권당의 실업 문제 해결 실패 등 경제 실정을 비난하면서도 별다른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도 주요 이슈에 대해 자주 말을 바꾼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좌파의 명맥 잇는다〓‘신(新) 중도 노선’을 표방해 개량 좌파라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슈뢰더 총리의 승리는 현재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우파 바람을 차단하고 좌파의 명맥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98년만 해도 유럽연합(EU) 15개국 가운데 스페인과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13개국에서 단독 또는 연립정부 형식으로 중도 좌파 또는 좌파가 집권에 참여했지만 현재는 영국, 독일, 핀란드, 스웨덴, 그리스에서만 좌파 정부가 살아남았다.

▽산적한 과제〓98년에 비해 지지율이 2.5%나 떨어졌지만 녹색당 덕분에 겨우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 정부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먼저 400만명에 이르는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슈뢰더 총리는 실업 보조금 지급을 줄여 2005년까지 실업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게다가 그는 98년 총선 당시 실업자 수를 35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전과’가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경기 침체 회복을 위한 일련의 경제개혁이 시급하지만 기민-기사연합이 여전히 상원의 다수 의석을 유지하는 상황이어서 각종 법안 통과시 잦은 마찰이 예상된다.

베를린〓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